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산의 요인이면서 국가적 부담도 더 키우는 외국인(外國人) 입국에 대해 의료계가 전면 금지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절박하게 호소한 것은 가까운 예다. 그는 ‘(외국인들이) 일부러 치료받으러 국내에 들어온다고 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 외국인까지 치료해 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서 ‘다른 나라는 이미 한국을 다 막았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제라도 입국 금지를 해 달라’고 했다.

백 이사장 지적대로 170여 개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 중이다. 급기야 코로나19 진원(震源)인 중국조차 28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다고 26일 공고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지난 2월 4일 중국 후베이성에 국한한 입국 제한으로 충분하다고 강변한다. 이처럼 한사코 전문가 단체들의 지속적 권고·촉구를 무시하는 배경은 입국 금지를 확대하지 않은 초기 방역의 실패를 감추려는 저의 외에 달리 있기 어렵다. 그러잖으면 해외 유입 확진자의 증가 실상까지 외면할 리 없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으로 해외 유입 관련 누적 확진자 284명 중 외국인이 10.9%인 31명이다. 27일부터 매일 무증상 입국자 3000∼4000명이 자가격리 대상으로 지역사회에 유입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확진·전파는 급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문 정부와 여당은 연일 “한국식 개방 방역이 세계 표준” 운운하며 낯뜨거울 자화자찬에 도취해 있다. 문 대통령부터 25일 “한국은 빠른 검사와 빠른 확진, 빠른 격리와 빠른 치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검사 정확도까지 더해져 방역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사투(死鬪)를 벌이는 의료진 헌신의 결과를 문 정부 공적인 것처럼 둔갑시켰다. 그럴 때가 아니다. 의료계의 간곡한 호소나마 귀담아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