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4월 6일 온라인 개학’을 검토 중인 가운데 2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국디지털미디어고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 초유의 ‘온라인 수업안’

저학년 혼자선 원격수업 어려워
일부 학생은 학습 결손 불가피
스마트폰 등 없는 학생 13만명
교육계 “학교가 결국 차별 조장”

정부가 27일 ‘온라인 개학’에 대비한 원격(온라인) 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했으나, 학교 현장에선 맞벌이 부부나 조손 가정 등에선 사실상 교육 공백 사태를 맞는 등 디지털 격차로 인한 피해 학생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일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안팎 수준으로 계속 나오게 되면 또 한 번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는 방안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는 디지털기기 사용이 미숙한 초교 저학년 등은 보호자 동반 없이 홀로 원격수업을 듣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정 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 가정이나 조손 가정의 경우 사실상 교육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일부 학생은 수업을 못 듣게 될 텐데 이는 학교가 결과적으로 차별을 조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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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농어촌 학생 등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 추산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가 없는 학생 수는 13만2000여 명에 달한다. 서울 A 고 교사는 “한 반에 2명은 스마트폰이 아예 없다”면서 “가정마다 컴퓨터가 1대인데 자녀가 이보다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역설했다. 서울시교육청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B 학교장은 “디지털 환경 불균형에 따라 성취도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은 결국 학습 결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교육 형평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교사가 오프라인 교육에 익숙하므로 온라인 개학 학교의 수업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C 고 교감은 “온라인 강의를 해본 경험이 있는 교사가 한 명도 없다”면서 “학습자료를 게재·제출하는 수준은 가능하겠지만, 진도를 나가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대변인도 “특성화고의 경우 실습수업이 많은데 온라인 수업은 이와는 괴리가 큰 국·영·수 중심의 교과나 이론 수업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버 등 인프라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최근 벌어진 EBS 다운 사태와 관련해 학부모를 중심으로 원격수업 불신 반응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1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연이어 등장하는 상황에서 추가 집단감염 확산 우려에 4차 개학 연기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 플랫폼 기업 NHN에듀가 지난 24일부터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긴급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10명 중 7명이 ‘4월 개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감염이 잘 안 되긴 하지만 가정에 돌아가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옮길 수 있어 개학발 집단감염 우려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윤정아·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