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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 K팝 스타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안예은(28)이 작사·작곡·노래 한 ‘상사화(相思花)’ 첫 부분이다. 홍길동의 삶을 다룬 2017년 MBC TV 연속극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OST로 널리 알려진 노래로, 안예은 특유의 가창력에 실려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또 다른 자작곡인 몽환적 느낌의 ‘봄이 온다면’도 그 연속극의 OST로 큰 인기를 모았다.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우면／ 그날이 온다면／ 나는 너에게 예쁜 빛을 선물할 거야’ 하고 시작한다.

2016년에 정식 데뷔하며 발표한 정규 제1집도 모두 자작곡이었다. 그중 ‘홍연(紅緣)’의 시작은 이렇다.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또 다른 곡 ‘전해 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간 적이 있나요／ 온몸에 별을 가득 묻히고／ 발자국을 남기는 새를 본 적이 있나요’ 한다. ‘독창적이고 특이한 보라색 음악’ ‘서정적이고 세련된 동양미(美)로 마음을 흔드는 가수’ ‘주제와 구성이 단순해도 묵직한 메시지의 노래’ 등 극찬을 받아온 그가 제2집 ‘일일(一日)’ 발표 3년 만에 새 앨범 ‘ㅇㅇㅇ’을 지난 2월 25일 음원 사이트를 통해 내놓았다. ‘안예은’ 세 글자의 첫 자음을 잇고, ‘3번째 앨범’ 의미도 지닌 제목이다.

‘끝없이 이어진 어둠 어둠 사이를／ 더듬고 더듬어 겨우 길을 찾아가／ 언젠가 어딘가 밝은 빛이 있을까／ 헤매고 헤매다 그대를 만났다’ 하는 ‘빛이라’, ‘난 정말 모르겠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어떨 땐 알 것 같다가도 이게 아니었나 할 때가 많아’ 하는 ‘품행 제로’,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하는 ‘문어’ 등 10곡 모두 ‘안예은의 음악적 색깔과 가치’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콘서트가 거의 열리지 않는 상황이어서 음원을 찾아 듣고도 감동하는 사람이 많다. ‘도망치지 마／ 벽을 부수고 그 위에 올라서／ 마주 봐야 해／ 아무것도 널 막을 수 없어／ 앞만 보고 달려／ 낭떠러지라도 난 날아올라’하는, 절망향(絶望鄕)을 뜻한다는 타이틀곡 ‘KAKOTOPIA’도 물론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