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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11월 현금 3억 챙겨 도주
누군가 접촉 장면 CCTV 찍혀
행방 묘연… 檢, 전담팀 구성

피해액이 1조 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14일 자정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 후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라임이 투자한 자산에 부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수익률을 조작한 장본인인 이 전 부사장이 검거되지 않으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익률 조작에 가담한 배후세력들이 도주를 돕고 있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수사관들로 ‘검거 전담팀’을 구성해 이 전 부사장을 쫓고 있지만 잠적 4개월이 지나도록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영장심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심사를 하루 앞두고 현금 3억 원을 챙겨 부산행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도주 비호 세력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통화를 했고, 부산에 도착해서 누군가와 만나는 장면이 담긴 CCTV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만성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이 전 부사장이 의사인 가족의 도움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아가면서 도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까지 포착해 잠복을 이어갔지만 이 전 부사장은 검찰의 검거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검거에는 경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일각에서 이 전 부사장의 밀항도피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특정 세력의 비호를 받으며 국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펀드 수익률 조작 단계부터 조직폭력배 등과 연계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을 선두권 펀드 운용사로 키워냈다. 라임 내에서 부사장 외에도 최고운용책임자(CIO)도 맡고 있다. 독단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직책이다. 직책을 악용해 라임이 조성한 무역금융펀드가 투자 대상의 부실로 인해 손실이 났음에도 이를 숨기고 수익률을 임의로 조작하며 정상 투자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로 인한 라임 펀드의 손실액이 최대 1조 원에 육박한다. 라임이 지난해 10월 이후 환매를 중단한 펀드 규모는 1조6679억 원으로 여기에 개인투자자 4035명의 돈이 묶여 있지만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 수사에 검사 2명이 더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파견 요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더 지켜보자”며 거절했다.

정유진·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