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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과 권력]

386세대의 권력중독

기사입력 | 2020-03-11 11:58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1996년 총선 ‘젊은 피’로 영입
지금까지 ‘다음 세대’ 성장 봉쇄
오류·실수 넘어 무능·타락 부각


4·15 총선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은 단연 386세대다. 그중에서도 지금 현재 권력의 중심부 또는 그 언저리에 속한 사람들이 주로 논란의 대상이다. 이들이 대학생이던 시절의 교수들은 걸핏하면 휴교나 휴강으로 텅 빈 강의실, 시험거부 때문에 성적처리를 놓고 고심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386세대들이 제출한 리포트와 그 작성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공부에 다소 소홀했고 이념공부는 열심히 했으며,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6월 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나와 있다.

일찍이 ‘40대 기수론’을 주창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하기까지 30여 년 동안 이른바 3김 권력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그러한 과거 정치인들의 장기간 권력독점이 386세대에게 권력의 세대독점이라는 부정적 학습효과를 제공했다. 그리고 국민에겐 집권 초기의 가치 기준이 무너져 위선, 이중 잣대와 같은 도덕적 타락의 모습, 권력중독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정적 학습효과를 제공했다.

운동권이라 불리며 세상을 바꾸려던 386세대들이 1996년 제15대 총선 때 국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이후 다수가 ‘젊은 피 수혈’의 수혜자로 대거 국회에 진출하면서 지체됐던 세대교체가 가능케 했다. 국민이 과거 그들이 고생한 대가로 지지해주고 5·18 술판사건 같은 웬만한 실수도 눈감아줬기 때문이다. 2016년 제20대 선거에선 국회에 입성한 30대가 0.4%에 불과한 데 비해 그들 50대 이상은 83%에 이른다. 하지만 정치권에 진입한 지 20년이 넘도록 그들은 다른 젊은 피를 수혈하지 않으면서 정·경·사 각 분야에서 권력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현 정부에서는 당·청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68세대의 경우, 반권위주의와 노동운동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 자유·평등·다양성 등 프랑스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했는데도 조직적인 사회 권력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386세대들은 탈권위주의와 탈지역주의 등의 공로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점철하는 학생운동을 성공으로 이끈 경험과 강한 단결력, 조직력이 있고 2명의 대통령을 당선시킨 자신감도 있다. 게다가 과거 독재자들과 달리 단순한 물리적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꼼수도 쓸 줄 안다. 이들의 꼼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냉정하고 침착한 응수를 못 하거나 과수(過手)일 때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면 정수(正手)가 되는 것을 노린다. 부모세대와 형님 아우세대는 그들의 꼼수에 대해 제대로 응수하지 못했다. 또 그들은 겸손을 가장할 줄도 안다. 말로는 섬기는 마음으로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진정성 없는 겸손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전략일 뿐이다. 모든 것을 제 입맛대로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다. 따라서 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국민의 뜻인 법에 따라야 한다. 공부에 다소 소홀했던 그들이 법에 대한 정확하고 타당한 해석력이 부족해서인지 권력 행사에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들은 법치행정, 조세법정주의, 인사권 같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권력행사의 오류나 실수보다도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장기간 권력유지로 인한 권력중독현상이다. 권력중독은 권력세습으로 이어진다. 탈법행위를 해서라도 자녀들을 상위 20%에 진입시키려는 탐욕을 보인다. 요즘 지인들로부터 칼럼 잘못 쓰면 고발당할지 모른다는 자조 섞인 충고를 듣는다. 거대 정당이 신문칼럼의 내용이 못마땅하다고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작태나 조국 사태도 일종의 권력중독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금을 제 돈처럼 쓰려는 태도도, 코로나19의 초기 방역 실패로 불안해하고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자화자찬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 등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중독되면 더는 정치적 비전도,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 능력이 안 되면 다른 발상과 다른 접근법을 가진 사람에게 또는 다른 전문가 집단에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들의 부모세대가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뒷전에서 불평만 하는 사이, 그들의 자녀세대인 2030세대가, 그들이 세대교체의 걸림돌임을 깨닫고, ‘공정, 평등, 정의사회’라는 가치 기준으로 그들의 도덕적 타락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청년세대의 대항문화를 버리지 못한 데다 기성세대의 지배적 문화까지 더해진 그들의 권력중독 현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딱히 폭력시위나 군중집회만이 아니라 조용하고 평화적인 선거로도 가능하다. 남은 희망은 유권자 비율이 35%가 넘는 2030세대의 ‘투표의 힘’일 것이다.

30여 년 전 민주화 시위를 이끌던 386세대의 모습. 이젠 역기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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