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커 조직이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의 스마트폰도 해킹해 전화번호와 문자 메시지를 탈취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보좌관과 변호사, 언론인, 탈북민의 PC와 스마트폰도 털렸다는 점에서 표적 해킹 가능성이 크다. 개인에 대한 사이버 테러임은 물론, 더 거대한 대남 공작의 일부일지 모른다. 당면해서는 4·15 총선을 앞둔 ‘사이버 북풍(北風)’의 전조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짜뉴스 유포, 댓글 등의 공작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여야 대결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주도 이념, 특히 대북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북한에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 북한은 총선이나 대선 전 의도된 도발을 자행한 바 있고, 집권당과 짜고 그런 적도 있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과거의 북풍과 비교하면 식은 죽 먹기다. 이미 지난 2016년 미국의 사례도 있다. 당시 대선에서 민주당 선거 캠프를 해킹해 민주당에 불리한 폭로전을 벌이고, 사이버 공간에서 가짜뉴스와 댓글 등으로 선거 여론을 조작하는 등의 일이 일어났는데,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북한은 이미 세계 최강 수준의 사이버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에 이어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 8100만 달러를 탈취했다. 2014년 한수원 해킹 공격에 이어 2016년 국방부 내부망에 접근해 한·미 작계5015를 탈취해간 바 있다. 최근 미국은 이런 사례들을 추적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 해킹 조직이 주도한 6800억 원 암호화폐 탈취 사건을 공개하며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방부는 히든 코브라 등 북한발(發) 악성코드 7종을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북 사이버 감시·작전 역량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해킹 공작이 미국 대통령 탄핵 파문까지 연결됐다. 북한의 사이버 공작 역시 총선 판세와 정당성을 뒤흔들 수 있다. 차단책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