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대응은 중구난방(衆口難防)에 우왕좌왕까지 중첩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 정세균 총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제각기인 식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을 28일 방문한 문 대통령이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했는데도 중국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을 확인 못 하고 본인이 직접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전화)에 연락해 진단했는데, 그런 부분은 누락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질책한 것이 가까운 예다. 질본에서 이미 조사·발표한 내용을, 그것도 일부는 사실과도 달리 새삼 거론해 낭비 행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게 했다.

문 대통령의 27일 ‘우한발(發) 입국자 전수조사’ 지시도 전문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우선 발표부터’ 하는 식이었다. 복지부와 질본은 실효성과 무관하게 ‘3023명 조사 방침’을 허겁지겁 밝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질본이 맡아온 컨트롤타워 역할을 복지부로 바꾼 것도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보여주기’ 식으로 비칠 뿐이다. “컨트롤타워가 바뀌면 보고서 만드느라 시간이 다 간다” “선거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나 청와대나 너도나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어디에도 컨트롤타워가 없는 진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등의 개탄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기로 귀국시킬 우한 거주 교민들을 최소 14일 동안 격리 수용할 시설을 두고 오락가락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충남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발에 외교부 2차관이 “아직 미정”이라고 둘러댐으로써 “정부가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초·중·고 개학 연기와 일정 기간 휴업 검토’를 정 총리와 유 장관이 반나절 만에 뒤집은 배경도 다를 리 없다. 복지부는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직접 찾지 말고 1339에 전화하라고 했지만, 해당 전화는 온종일 먹통이기도 했다. 문 정부는 당장 컨트롤타워부터 정비해 국민 불안(不安)을 더 키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