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앞날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심의 현재 경영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신 회장의 지배력이 워낙 공고해 경영권 갈등을 겪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침해 시도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그러나 실적 악화와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따른 그룹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책임도 온전히 떠안게 됐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창업주가 떠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신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더욱 다지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 작업은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롯데호텔의 상장이다. 롯데호텔 상장으로 일본 주주들의 지분을 낮춰야 신 회장의 한국 내 지배력을 더욱 안전하게 다질 수 있다.

롯데는 지난 2017년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했지만,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상사 등 롯데호텔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아직 지주사가 갖고 있지 못하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롯데호텔이 상장돼 일본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돼야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가 확립될 수 있다.

롯데호텔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그룹 실적 개선이 필수다. 롯데그룹이 내수 시장에 머물지 않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다. 신 회장 역시 글로벌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에 16개 계열사가 진출했다. 유통·식품·관광뿐 아니라 화학까지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아픔과 국내 경기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에 따른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앞으로 신 회장이 헤쳐나가야 할 험로에 속한다. 만일, 신 회장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에 대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신 명예회장 유산 상속 후 가족과 친지들의 지분 변동에 따라 지배력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며 “신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을 동반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