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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독재’와 윤석열의 각오

허민 기자 | 2020-01-14 11:43

허민 전임기자

문재인 정권에 의한 검찰 대학살이 일어난 지난 8일은 ‘피의 수요일’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권력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마성(魔性)을 드러낸 경우는 없었다. 권력 비리에 대한 수사가 거슬린다고 6개월도 안 된 검찰 수사팀을 공중 분해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피의 장막’ 너머로 보이는 건 통치세력의 겁에 질린 표정이다. 권력 핵심, 심지어는 대통령 자신이 얽혀 있다는 의혹을 받는 ‘유·산·들(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우리들병원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압박수사에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법치의 완장’을 찬 추미애가 ‘정치의 칼’을 휘둘렀지만 ‘피의 수요일’ 사건의 본질은 여전히 ‘윤석열 검찰의 수사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탄압’이다.

최근의 비리 혐의와 행적만으로도 이 정권의 정체성은 이미 초보 파시즘이나 연성(軟性) 독재를 넘어선 듯하다. 민주화 시대를 이끈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대통령의 아들과 형 등 직계 가족이 모두 재임 중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수감됐지만 문 정권 같은 무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주의를 앞세워 경제를 망치고, 내 편과 네 편을 나눠 사회통합을 훼방하고, 북한에 빌붙어 중국에 안보를 외주하려는 정권의 ‘괴상한 비행’은 전체주의적 신형(新型) 독재를 연상케 한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조정 법안 처리를 이뤄낸 권력은 앞으로 윤석열 사단에 대한 2차·3차 해체 작업을 벌일 것이다. 궁극에는 ‘항명’ 검찰총장에 대한 사무감찰, 징계위 소집, 불신임 결의, 그리고 해임 절차를 밟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윤검(尹檢)’은 의연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생 시절의 그는 ‘칼 포퍼 연구회’ 활동을 꽤 열심히 했다고 한다. 포퍼는 사회과학이 ‘반증 가능성’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발전한다고 논증함으로써(저서 ‘추측과 논박’), 네오마르크시즘을 불변의 진리처럼 받들던 서구 지식사회를 뒤흔든 20세기 지성이다. 학생 윤석열이 포퍼로부터 배운 삶의 자세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실수로부터 배운다는 것, 인간은 성장하므로 절망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어떤 절대적 주장도 지식도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오직 나만이 진리이고 정의라는 도덕적 우월성 혹은 나르시시즘에 대한 경시(輕視)는 이때부터 싹 텄다. 이런 소싯적 경험은 후일 권력의 압력과 회유에 길들지 않는 ‘윤검’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검찰 소식통들에 따르면 ‘피의 수요일’ 이후 윤검이 밝힌 각오를 종합하면 이렇다.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권력 비리) 수사가 중단돼선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해온 일을 하면 된다. 절대 (검사직을) 관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윤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형사사법 서비스는 ‘검찰권 자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 수사’다. 그는 ‘꿋꿋하게 검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을 굳힌 듯하다. 국민도 해야 할 일이 있다. 4·15총선에서 정권의 ‘괴상한 비행’을 바로잡고, ‘우리가 뭘 하든 국정 지지 여론이 높지 않냐’는 독선과 오만을 깨며, 민주공화국의 존엄을 되찾는 것, 그것이 ‘윤검’의 각오와 나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깨어 있는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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