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은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대책’으로 비유된다. 그런데도 규제 개혁이 미진한 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해집단과 무사안일한 공무원 행정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점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규제 개혁과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다면 실타래 규제에 지친 기업들엔 천군만마 힘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신기술·신산업의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는 기득권의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땀 흘리는 민간의 노력에 정부는 규제 혁신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3일에는 새해 첫 민생 행보로 평택항에 있는 현대자동차 수출 현장을 찾아 경제 의지를 거듭 밝혔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말로만 규제혁신’이 숱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신산업 규제를 깨라”며 영국 ‘붉은 깃발 법’까지 인용했던 게 지난 2018년 8월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 현장에 각종 덩어리 규제는 그대로고 오히려 더 강화된 것도 수두룩하다. 악명 높은 갈라파고스 규제로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31곳은 한국에서 사업 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올 지경이다. 혁신형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대표는 정부의 방관 속에 불법영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국회에선 여당 주도로 ‘타다 금지법’이 입법 진행 중이다. 정부의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발의된 규제 입법만 해도 1151개, 하루 평균 3개를 넘고, 규제 조항은 2296개에 달한다.

기득권 저항을 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직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장한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번번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한다. 정부가 경제 활력을 높이는 걸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면, 말에 앞서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