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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때문에 등골도 휘고 맘충도 됐다!

안진용 기자 | 2019-12-11 11:36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 17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했습니다. 누군가는 환호할 테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 등으로 한 쪽에서는 시름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여섯 살 된 딸을 둔 제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들의 한숨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바로 엄마들이죠.

최근 엄마들이 모이는 지역 맘카페에는 “‘겨울왕국2’ 보러 갔다가 ‘맘충’ 소리 들었어요” 혹은 “욕먹을까 봐 극장 가기 겁나요”라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옵니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며 큰소리를 내거나 노래를 따라부르고, 극장 안을 뛰어다녀 주변 관객들에게 핀잔을 받았다는 거죠.

저 역시 개봉 첫 주말 6세 딸, 3세 아들을 데리고 극장에 다녀온 터라 어떤 상황인지 와 닿습니다. 아직 앞좌석을 찰 만큼 다리가 길지는 않았지만, 긴박한 장면이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좌석에 기대고, 들고있던 팝콘을 우르르 쏟았죠. 또 노래를 흥얼거리며 “재밌어” “무서워”를 연발했는데요. 곁에서 아무리 “쉿!”이라고 외쳐도 이미 ‘겨울왕국2’에 푹 빠진 아이들을 제어하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제 경우에는 ‘패밀리관’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죠.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노래를 따라부르던 싱얼롱 상영관 같이 모든 아이가 함께 웃고 떠들어서인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겨울왕국2’로 인한 부모의 고충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관 문을 나서며 현실로 돌아온 듯했지만, 이제 아이는 스스로 엘사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죠. 엘사가 입은 원피스부터 가발, 왕관을 비롯한 소품까지 사려면 지갑이 한없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 못 입을 드레스의 가격은 5만 원 이상이고, 각종 장신구 세트에 관련 캐릭터 상품까지 구비하니 15만 원 넘는 돈이 홀랑 나갔죠. 속편에서 엘사가 1편과 다른 드레스를 입은 건, ‘또 사라’는 디즈니의 철저한 계산일 겁니다.

게다가 집에 가서는 엘사가 된 딸을 태우는 순록 스벤(극중 캐릭터)이 되기 위해 기꺼이 허리를 내줬는데요. 이 영화가 신종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는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집에 오니 ‘겨울왕국2’의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았죠. 영화가 아니라 애를 보고 온 기분이었는데요. 결국 기사를 쓰기 위해 혼자서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볼멘소리를 냈죠. “나도 자막판으로 ‘겨울왕국2’ 보고 싶다. 더빙판 말고!” ‘겨울왕국2’의 상영이 마무리되는 이 시점, 엘사에 빠진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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