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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U.S. View ]

한·일 ‘자경(自警) 시스템’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19-12-11 12:01

존 울프스털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

중국과 북한 도전 직면한 한·일
협력하지 않으면 굴복 불가피
‘세계 경찰’ 약화에 대비해야


미국에는 범죄가 유달리 많이 발생하는 도시들이 있다. 때로는 경찰이 범죄자들에게 압도되기도 한다. 경찰이 충분히 배치돼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주민들은 자경(自警·Neighborhood Watch)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경찰과 협력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그룹을 만들어 한밤중 순찰을 하고, 필요하면 경찰을 부른다. 법 집행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 범죄 발생 때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치안 증진 프로그램이 수십 년 동안 가동됨으로써 위험지역에서의 범죄 발생률은 크게 줄었고,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을 지키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치안 유지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자발적 치안 시스템’은 국지적인 수준을 넘어 중국의 점증하는 도전에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집단 안보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미국은 국방·정보·경제·법치 측면에서의 글로벌 시스템 및 동아시아의 안보 틀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국내외적인 수많은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워싱턴은 이 같은 지역적 갈등 현안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 간에 발생한 역사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미국의 대응력 부재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일 사이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한·일은 양국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갈등 상황 해소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거친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북한의 도발은 미국과의 강력한 안보 동맹만이 평양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중국 역시 군사적 능력 증대와 함께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면서 지역 정세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북·중 양국의 군사력 증강과 공세적 행태는 지역 안보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만큼, 법치와 경제적 자유,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더욱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일 사이의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라고 해서 한국인들이 제시하는 멕시코 이민 문제나 캐나다와의 무역 문제에 대한 해법을 미국인들이 반길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일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지역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세계 안보와 지역 안정을 위한 전략 목표를 추구해나갈 기반을 만드는 데 긴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일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이 같은 접근법이 더욱 유용하다. 한·일 간에는 역사 및 영토 문제, 그리고 징용 등 양 국민 처우와 관련된 복잡한 갈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일 양국에서 인화력 강한 국내 문제가 돼 양국 정치 지도자들이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간섭해 20세기에 발생한 문제들을 푼다면 동맹국들이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21세기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 그렇게 나설 경우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한·일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이 지역의 자유와 번영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되지 않는 한 다른 옵션은 중국의 경제·군사적 영향력에 굴복하는 것뿐이다. 동아시아에서 어떤 나라도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중국의 팽창하는 파워에 대응하기 어렵다. 사드 보복, 희토류 무기화, 한국·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은 초보적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나라들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함께 힘을 합친다면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중국을 이끌면서 중국의 변화도 유도할 수 있다.

중국 파워를 억제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미국 및 미국 동맹국들이 군사력을 합치면 중국의 어떠한 공격적인 행동도, 대만에 대한 공세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이 국제 규범과 글로벌 경제의 호혜적 시스템을 존중하도록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가하는, 좀 더 복합적인 역량이다. 중국은 앞으로 이 지역 국가들이 대응해야 할 가장 어려운 전략적 도전이다. 이 일은 미국이나 미국 우방과 동맹국들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웃 국가들이 자경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중국의 어떠한 돌발 행동에 대해서도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거친 이웃을 둔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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