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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내년 출소를 보는 착잡함

기사입력 | 2019-12-06 12:10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8세 여아 성폭행 12년 수감생활
내년 12월 출소 앞두고 불안감

성범죄자 처벌 강화 외치지만
제대로된 재범 방지 방안 없어

전자발찌·신상공개 효과 의문
보호관찰제라도 확실히 시행을


2019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달랑 한 장만 남은 달력을 보니 많은 생각이 스친다. 내년은 얼마나 다사다난할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단지 나이 탓만이 아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로 확인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자연스럽게 조두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시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 상해를 입힌 범죄자이고,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참작돼 12년형이 확정되자 범죄의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거센 반발을 일으킨 범죄자이기도 하다. 그 조두순이 내년 12월 13일 출소한다.

조두순의 출소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피해 어린이 치료를 담당했던 주치의로서, 그때의 상황을 근거리에서 봤으므로 더욱 착잡한 심정이다. 도저히 인간이 한 짓이라고 믿기 힘든 엄청난 피해 상흔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술을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강심장을 보고, 그가 일반인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술만 먹으면 이성이 마비돼 온갖 범죄를 저질러 이미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여아를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조두순이 교도소에 있던 지난 12년 동안 단주 상태에서 교정 당국의 교육을 받았겠지만, 과연 얼마나 죄를 뉘우치고 인격이 바뀌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형기를 채운 죄인을 다시 구금하는 것은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30만 명 이상이 조두순의 출소에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으며, 표창원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보안처분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관련 법에 따라 재범 위험성이 높은 미성년 성폭력범죄자에 대해 일대일 보호관찰을 하고, 매년 재범 위험성을 심사해 재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늘리는 법이 있다고 과연 우리가 조두순으로부터 안전할 것일까?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범죄 처벌 및 예방을 강화하는 법안이 줄줄이 쏟아졌다.

성범죄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격리하기 위해 2010년 7월 16일부터는 10년이었던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연장됐고, 7월 24일부터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그에 따라 16세 미만의 아동 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을 통제할 수 없는 19세 이상 성인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 제도(일명 화학적 거세)가 시행됐다. 이듬해인 2011년 10월 8일부터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가 피해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기산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많은 법안이 보완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조두순이 다시 세상에 나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해마다 성범죄는 늘어나고, 재범률도 높으며, 최근에는 주거침입 성범죄마저 증가하면서 여성 1인 가구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 주도로 법과 제도를 바꾸고 있지만, 생활 속 성범죄 위험은 오히려 늘어나는 이 패러독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필자는 1998년부터 성범죄 피해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범죄 가해자를 만나고 일부 연구에도 참여하며, 미성년 성폭력 가해자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성범죄자들의 특성이 몹시 다양하고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폭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군(群), 다른 폭력범죄는 없이 성범죄만 행하는 군, 미성년만 대상으로 하는 군, 은둔형 외톨이 군, 성도착증이 심한 군, 친족만을 대상으로 하는 군 등 참으로 다양한 성범죄의 동기가 있었다.

따라서 범죄의 결과와 반성의 정도를 고려해 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재판에서 정하는 것은 합당하다. 하지만 이후의 재범을 막기 위한 방안은 개별 범죄자의 교정 정도, 심리적 특징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교화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합당하다고 본다. 사회가 모든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교정제도와 보호관찰제도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조두순이 다시 세상에 나오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극악한 성범죄가 알려질 때마다 처벌 강화만 외치고 형기를 마친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단안적(單眼的) 대안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사회로 나오는 성범죄자들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 것인지부터 챙겨야 한다. 특히, 범죄자를 수사하고 재판하고 수감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범죄자를 관리하고 보호관찰제도에 쓰는 예산 규모는 턱없이 작다. 그래서 보호관찰관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출소자의 수가 너무 많아 실효성 있는 보호관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두순이 출소한다면 과연 일대일 보호관찰이 가능하겠는가? 특히, 조두순은 술만 마시면 자기 조절이 되지 않는데, 과연 누가 그의 술 문제를 조절해줄 것인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면 누가 어떻게 강제할 것이며, 그가 따르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자발찌와 신상 공개가 결코 이런 문제까지 해결해줄 수 없는데도 정부는 이 제도에만 매달린다. 그러니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다시 세상에 나와 설칠까 봐 두려워서 법적으로 불가능한 청원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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