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구로구체육회의 윤은정(왼쪽) 생활체육지도자가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 수강생에게 덤벨체조를 지도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2) 구로구체육회 윤은정 강사

1급 건강운동관리사 자격 등
체육 국가공인만 12개 달해

노인 질환 사전에 파악하고
일대일 맞춤식 운동방법 교육

수업 철칙 1호는 ‘관계 형성’
손녀 같은 친절함에 마음 열어

100세 시대. 고령인구, 즉 65세 이상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의 14.9%이며, 2025년엔 20.3%가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노인의 행복도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 건강을 뒷받침할 하드웨어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않다면, 오래 살아서 뭐해.’ 기력을 잃고, 시름시름 앓고, 이러다 보면 정신도 흐려지기 마련. 진짜 100세 시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실현된다. 그래서 생활체육, 특히 노령인구가 ‘고객’인 생활체육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00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전국 시군구체육회에 생활체육지도자를 배치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재’는 생활체육 현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원. 체육회가 생활체육지도자 육성, 자질 함양에 주력하는 이유다.

윤은정 생활체육지도자는 특히 유능한 인재로 꼽힌다. 지난해 생활체육지도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그는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4개(보디빌딩·농구·배구·배드민턴)를 비롯해 2급 노인스포츠지도사(배구), 그리고 2급 유소년스포츠지도사(피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의사의 의뢰를 받아 운동 수행법을 지도·관리할 수 있는 1급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도 지니고 있다. 그가 취득한 체육 관련 국가공인자격증은 모두 12개나 되고 기타 기관·협회 자격증은 18개에 이른다.

지난 2016년 3월 개설된 서울 구로구체육회의 ‘찾아가는 생활체육교실’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윤은정 강사는 대학에서 체육학을 공부하고 병원에서 운동처방사로 근무했고, 대학원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다. 주경야독하며 경험과 이론을 익힌 윤 강사는 중고교 체육교사, 직업전문학교 교수 등을 거쳐 구로구체육회 생활체육지도자 겸 체육진흥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작정 좋았던 운동. 지금은 그동안 배운 이론과 실기, 그리고 경험을 살려 생활체육 현장에서 건강돌보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윤 강사는 찾아가는 생활체육교실에서 구로구 거주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0차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생활체육교실은 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40분씩 2차례 무료로 진행된다. 참가자는 70∼80대가 대부분이고, 최고령자는 92세다.

14일 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윤 강사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질환을 보유하고 있기에 운동법이 모두 다르다”면서 “질환을 사전에 파악, 일대일 맞춤운동을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윤 강사는 “근력과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무리하게 되면 어르신들이 힘들어하기에 적절한 운동 강도, 템포에 신경을 쓴다”고 덧붙였다.

70대 이상이지만, 윤 강사의 맞춤형 운동법 지도 덕분에 러닝머신 등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웬만한 중장년보다 운동자세가 바르다. 일부 어르신은 동호회를 구성, 윤 강사로부터 배운 덤벨체조를 함께한다. 뇌경색으로 3차례 쓰러졌다는 유명호(78) 씨는 “2017년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운동이 힘들었고, 다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지금은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걸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송영자(77) 씨는 “이곳이 내겐 천국이나 다름없기에 (운동) 수업을 거르지 않는다”면서 “예전엔 아무것도 몰라 그냥 유산소 운동만 했는데, 이곳에 온 뒤엔 근력을 보완해 힘이 없던 다리가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젊은 피’로 꼽히는 이명자(67) 씨는 “여기서 운동하는 게 삶의 기쁨이 됐다”면서 “아침에 운동하고 나면 하루 종일 활기가 돌고, 이젠 병원에 가지 않아도 움직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윤 강사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친절을 수업 철칙 1호로 삼는다.

윤 강사는 “어르신들과 함께하려면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어르신들은 처음엔 거리를 두지만 마음이 통한다는 걸 확인하면 딸처럼, 손녀처럼 대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윤 강사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면서 “어르신들은 혼자서 운동하고 자신의 운동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지만, 천천히 다가가고 알기 쉽게 설명하면 오히려 이해력이 빠르다”고 덧붙였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