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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합의를 높이 평가한다

기사입력 | 2019-11-21 12:12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5년 협상 끝에 513% 관세 합의
당초 예상 뛰어넘은 좋은 결과
무조건 유예 요구로 20년 지체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무관
구조조정과 품질 경쟁력 중요
중국에선 일본쌀이 高價 판매


수입 쌀에 대한 우리나라 관세율 513%가 국제적으로 합의됐다. 2014년 쌀 관세화 논의를 시작할 당시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200∼300% 수준의 관세 설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통상 전문가들이 국내외 통계를 맞춰 513% 근거 자료를 어렵사리 확보했고,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513% 쌀 관세화를 통보했다. 농업계에서도 513%라는 높은 방어벽을 지지했고, 비농업통상 관계자들도 관세율과 더불어 쌀 관세화 결정을 높게 평가했다.

우리처럼 쌀 관세화 유예를 선택했던 대만과 일본은 각각 1년과 4년 만에 관세화로 돌아섰지만, 국내 농업계의 ‘무조건 유예’ 요구로 20년을 지속했다.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의무수입 물량이 20만t(10년 차)에서 41만t(20년 차, 2014년)으로 늘어나면서 관세화 유예를 주장했던 농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쌀 소비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에서 20만t을 더 수입하기로 하고 관세화 유예를 10년 더 연장하는 것은 쌀 산업과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자명했다.

미개방 품목에 대한 관세를 새로 설정하려면 국제 협상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등 쌀 수출국이 513%가 너무 높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2015년부터 세율 산정 근거에 대한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농정 당국은 협상의 틀을 바꾸는 전략에 착수했다. 그동안 41만t 의무수입 물량을 이의 제기 국가들에 배정했지만, 관세화를 계기로 전 세계 수출국들에 경쟁입찰 형식으로 전환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쌀 수출국 간 경쟁으로 우리나라는 ‘을’에서 적어도 동등한 관계로 바뀌었다. 국별 쿼터를 받으면 자국 기업에 수출길을 열어 주는 셈이니, 수출국은 글로벌 쿼터를 줄이고 자국에 더 많은 쿼터를 달라고 한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국별 쿼터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쌀 수출국은 관세를 낮추면서 의무수입 물량을 많이 차지하려 했고, 우리 농업계는 513%를 지키면서 글로벌 쿼터를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513%와 글로벌 쿼터를 확정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농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513% 인정을 1차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가로 한국에 대한 5대 쌀 수출국에 수출 실적에 따라 국별 쿼터를 배정하고 2만t은 글로벌 쿼터로 남겨 두기로 합의했다.

이번 쌀 관세율 협상을 높이 평가하면서 몇 가지 오해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5대 수출국과의 협상으로 WTO 양허 관세율로 설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표성의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WTO 규범은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회원국과 합의하면 된다는 규정이 있고, 과거 관세화 유예 협상도 당시 쌀 수출국들과 합의로 처리한 바 있어 문제가 없다. 또 하나, 국별 쿼터 제공으로 쌀이 비싼 값에 수입될 수 있다지만, 국제가격 기준으로 설정한 수입 참조가격 이하로 수입하기로 했고, 3번 유찰 시 글로벌 쿼터로 전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국별 쿼터 시 수입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513%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작황에 따라 연도별 가격 차이가 있으나 국내 쌀값은 국제가격의 약 2.5∼3배 선이다. 향후 국내 쌀값이 폭락하고 국제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513% 관세율은 국내 쌀 시장을 지키는 가장 실효성이 있는 방어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513% 관세율이 항구적이지 않고,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513%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개도국 지위 포기의 영향은 앞으로 새로운 다자통상협상이 타결될 경우 나타날 수 있고, 쌀에 대한 새로운 관세율도 그 협상에서 결정될 수 있다. 쌀밥용 쌀 수입 허용도 우려할 수 있으나, 국제 통상 규범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허용하되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입 쌀을 원조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국제적인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513%의 쌀 관세율을 지킨 것은 다행이나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쌀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소비 촉진 외에도 쌀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또,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의 고급 쌀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현지 쌀 가격의 8배에 팔리고 있다. 쌀의 고급화와 수출화를 위한 농업계의 인식 확산과 전업농 체계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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