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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외교·안보 플랫폼, ‘韓美동맹 → 中’으로 교체 기류 뚜렷

기사입력 | 2019-11-19 10:43


■ 잇단 ‘한·미 동맹 결별’ 시그널

‘3不 정책’이어 인도·태평양 전략 등 사사건건 中 편향… 韓美동맹 약화, 일본 재무장 부를 가능성
中·러 KADIZ 침입으로 韓·日간 ‘전략적 방어선’ 구축… 文정부의 ‘심리적 애치슨라인’ 설정 지적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11월 22일 밤 12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정부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들의 잇단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당초 결정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것이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에 악영향을 초래하리라는 전망이 명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22일의 종료 결정이 오판 또는 협상 전략상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진지한 선택이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외교·안보체제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유추해 볼 수 있게 됐다. 문 정부에서의 외교·안보 플랫폼이 한·미 동맹에서 중국으로 변화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 외교·안보 플랫폼의 교체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결정 고수는 안보 주권 포기 수준에 달하는 지난 2017년 대중국 ‘3불 약속’에 이어 한국이 한·미 동맹과 결별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지소미아 폐기가 한·미 동맹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진지한 타협 시도나 국제적 공감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소미아 문제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한·일 관계나 한·미 동맹 차원을 넘어 어떤 제3의 다른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관점을 굳히게 한다.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가 그간 산발적으로 취해 온 외교·안보 분야 여러 정책의 흔적을 종합해 보면 그것들이 지향하는 일관된 목표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한국이 정부수립 이래 지난 70여 년간 사용해 온 대외정책의 플랫폼 자체를 교체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약 2년간 미·중 패권 경쟁의 본격화로 냉전 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두 나라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현저한 친중 노선을 선택함으로써 미국을 당황하게 하거나 혹은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러한 현안들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 정부가 대체 왜 이런 비합리적 정책들을 양산해 내는 건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개조 목표가 단지 일부 특정 분야의 정책 변경이 아니라 대외 정책의 플랫폼을 송두리째 교체해 한국이 그간 속해 있던 미국 진영에서 중국 진영으로 옮아가는 과정이라는 가설을 세운다면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자연스럽게 설명이 된다. 그러한 진영 바꾸기의 종착지가 중국 진영의 우산 아래서 미국의 간섭 없이 북한과 결속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상당수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는 형국이다. 외교·안보 플랫폼의 근본적 개조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가주의 지향적 국가체제 개조 및 국가 주도 지향적 경제체제 개조와 더불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삼각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중국에 대한 자발적 굴종과 심리적 애치슨라인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경북 상주의 사드 기지 가동 불허와 ‘3불 약속’으로 시작된 한국 정부의 중국 편향 정책은 북핵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 문제, 한미 합동군사훈련,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한반도 평화협정·종전선언, 미사일 방어 등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거의 모든 현안에서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형세를 보여 왔다. 최근에는 그간 그나마 애매한 상태를 보여온 인권문제에서마저 국제 문명사회와의 공동보조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합의 채택했는데, 정부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군사 분야에서도 한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근거 없는 영유권 주장과 불법 점거에 항의하는 미국,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등 자유진영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불참했다. 한반도 해역에서 대북한 밀무역을 단속하기 위한 미국 등 7개국의 합동 해상작전에도 불참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 간 주요 쟁점현안에서 거의 항상 동맹국 미국의 적국인 중국과 뜻을 함께했다(도표 참조). 헨리 키신저와 앨빈 토플러를 포함한 많은 국제정치 학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이 통일되거나 중국 패권 시대가 오면 중국 영향권에 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한반도가 통일되지도 않았고 중국의 패권시대가 오지도 않은 이른 시기에 한국 스스로의 국내정치적 선택에 의해 성큼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한·미 동맹 이완에 따른 힘의 공백을 틈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들이 동해와 남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침입해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애치슨라인 을 연상시키는 전략적 방어선을 형성해가는 데도 정부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다. 냉전 이래 70년 이상 문명과 반(反)문명을 가르던 한반도의 군사분계선(MDL)은 9·19 남북 군사합의(2018년)와 이후의 잇단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으로 방어 태세가 유례없이 이완됐고, 그 긴장은 이제 대한해협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과 일본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국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일종의 심리적 애치슨라인이 설정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 동맹 파괴 행위로 치러야 할 대가

외교관계는 사교나 자선이 아니다. 철저한 이익의 관계다. 동맹관계도 마찬가지다. 지소미아 폐기가 최종 확정되면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상응하는 불이익 조치를 받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약 6조 원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 외환시장과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주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미국이 주한미군을 절대 철수하지 못하리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하고 안일한 생각이다.

이런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에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반대할지는 미지수다. 동맹의 파괴가 몰고 올 후과(後果)는 주한미군 철수 외에도 무수히 많다. 한국에 대한 외교·군사적 신뢰를 상실한 미국은 동맹관계의 격하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의무로부터 상당히 자유롭게 될 것이다.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를 구하거나 사전 통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한·미 동맹에서 친중으로의 플랫폼 개조를 꿈꾸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할지도 의문이다. 한국에 대한 첨단무기의 판매가 중단될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이 한국의 동맹 이탈에 따른 역내 안보 공백을 메우려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적극 지원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역내 일본의 군사적 위상과 역할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은 한국의 외교·안보적 모험을 환영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중국과 북한은 한·미 동맹의 보호막을 스스로 벗어버린 한국을 무시(외교)하거나 위협(안보)하는 방식으로 대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 외교부 차관보·북핵 담당 대사


■ 세줄 요약

문재인 정부의 친중화 개조 : 문재인 정권이 정부 수립 이래 지난 70여 년간 사용해 온 대외정책의 플랫폼 자체를 교체하는 기류를 보임. 그건 대외 정책의 플랫폼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해석됨.

중국에 대한 자발적 굴종 : 문 정부, 남중국해 영유권,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한미 합동군사훈련,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등 현안들에서 중국 입장에 동조. 심리적 애치슨라인이 한국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설정된 듯.

동맹 약화로 치러야 할 대가 :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대 한국 방위공약 의무 약화, 대외 신인도 저하에 따른 경제 상황 악화 등 우려. 미·일 동맹 강화로 아시아 역내 일본의 군사적 위상과 역할이 확대될 것.

■ 용어 설명

‘3불 약속’ :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중국 정부가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한·중 관계가 악화하자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3개 불가’를 약속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등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애치슨라인 : 애치슨라인은 미국 국무장관인 애치슨이 1950년 1월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라인을 미국의 극동 방위선으로 설정한 선. 이 선의 설정으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이를 기화로 김일성이 그해 6·25전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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