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을곳에 데려다줄것”
北에 비핵화 상응조치 암시도

對北 협상 주도권 유지 전략
외교적 성과로 北核관리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미국의 양보를 요구해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직접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며 비난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해 선의를 보인 만큼 이에 화답해 협상에 나오라는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시 상응 조치가 주어질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3차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다만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에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로 비난한 일을 언급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조 바이든은 졸리고 아주 느릴 수는 있지만 ‘미친개’는 아니다. 그는 사실상 그보다는 낫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고 적었다. 양측에서 비핵화 협상 재개와 관련한 언급들이 오가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매개로 김 위원장에게 대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 등 상응 조치를 자신이 보장할 뜻을 내비쳤다. 북한은 미국 측에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의 선제조건으로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곧 보자’는 말을 통해 3차 정상회담 카드도 내밀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밝혀 상응 조치나 3차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김 위원장을 압박해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도 담겨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해 글을 쓴 점에서 재선을 앞두고 북핵 상황을 관리하려는 포석 역시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상 간의 친분을 과시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둠으로써 김 위원장이 연말 이후 새로운 길을 내세워 도발에 나서는 사태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의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에 한반도 안보가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과의 핵 협상,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시리아 철군 문제 등 외교정책이 난맥에 빠져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온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