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정부정책 쓴소리

경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와 이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인해 기업의 고용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 전체 취업자가 늘어도 제조업 고용이 줄어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란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일본·미국·스페인·이탈리아의 자동차 공장만 비교해봐도 노동시장 유연성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5개국 가운데 비정규직 파견 근무와 파업 시 대체근로가 금지된 곳은 한국뿐이다. 단, 필수 공익사업장에 한해서는 우리나라도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근로자의 사업장 내 전환배치도 우리나라는 노조와 사전합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나머지 4개국은 회사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만 시간 외 근로 임금을 가산할 때 초과·야간·휴일 근무 중복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가산율도 제일 높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140개국 중 노사 간 협력 부문에서 130위, 정리해고 비용 116위 등 바닥권이었다.

이런 실정인데도 오히려 기업의 인력운영 부담을 키우는 정책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9월 취업규칙 변경 지침과 저성과자 관리 지침 등 이른바 ‘양대 지침’이 폐기된 것도 기업이 신규 인력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평가다.

또 정부는 상장사 사업보고서에 근로자 현황(파견·하도급·용역 포함)을 공시하게 하는 조항을 ‘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신설하기 위해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비판적 여론 조성을 통해 기업이 다양한 근로 형태를 활용할 수 없도록 압박하는 제도”란 비판이 나온다. 규모, 업종 등 기업특성별 임금분포 현황을 공개하는 임금분포 공시제는 다음 달 도입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