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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범죄자 비밀·강제 北送, 굴욕적 사법主權 포기다

기사입력 | 2019-11-08 11:41

남북 관계에서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정부의 뒤늦은 발표에 따르면, 16명을 살해한 북한 흉악범 2명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귀순을 요청했고, 관계 당국의 조사를 거쳐 7일 북한으로 ‘추방’했다. 추가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 수두룩하지만, 정부 발표만 보더라도 반(反)헌법적·반인권적 조치임은 물론 대북 저자세도 심각하다. 유사한 일이 재발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분명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첫째, 정부의 결정은 헌법 위반이자 사법 주권(主權) 포기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귀순 의사를 밝히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 신분이 된다. 범죄자라고 해도 일단 국내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거쳐 처벌해야 한다.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런데 3일 동안 관계기관 조사를 거쳐 북한에 송환을 통보하고 인계했다. 그런 중범죄에 대한 수사를 그렇게 대충 해선 안 된다. 상식적으로도 2명이 16명을 살해했다면, 정교하게 따질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런 주권의 당당한 행사보다, 남북 관계에 불필요한 걸림돌을 만들지 않겠다는 굴욕적 저자세가 앞선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정부는 범죄자여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궤변이다. 그 조항은 탈북민 정착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일 뿐, 범죄 수사와 처벌까지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북 선원들이 송환에 반발하며 자해할 위험이 있어 적십자 관계자 대신 경찰이 에스코트를 했다고 한다. 이런 강제 북송(北送)은 심각한 반인권이다. 셋째, 북한에 역이용될 수 있다. 반체제 인사 등이 생사를 걸고 탈북했을 때, 북한이 범죄자라며 송환을 요구하면 응해야 하는 나쁜 근거를 만들었다. 북한은 많은 탈북자에게 범죄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넷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중령이 김유근 청와대 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직보한 것은 정부 시스템과 군 지휘체계가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다섯째, 심각한 국민의 알 권리 침해다. 북한 정보는 정부 당국자 전유물이 아니다. 이 정도 사건이면 당연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우연히 언론에 포착되지 않았다면 끝내 숨겼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사과하고, 문책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에 굽실거리느라 주권까지 포기하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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