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아이콘’이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법치 행정 책임자에 기용된 ‘권력 핵심인사’였다. 장관직 사퇴로 지금은 서울대 교수 신분이지만, 지금도 ‘조국 수호’ 시위가 벌어지고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감싸기에 나서는 것을 보면, 여전히 여권 내 위상이 막강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의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24일 새벽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의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간단명료하게 그 이유를 밝혔다.

전직 대통령들보다 더 많은 변호인이 선임되고, 영장심사 시간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긴 6시간50분이 걸렸음을 고려할 때,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사법부의 1차 판단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 씨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모두 11개로, 표창장·인턴 증명서 위조 등 입시 비리와 남편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이뤄진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이다. 문제는 조 씨와 연관된 혐의만 4가지나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딸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혐의도 문제지만, 민정수석 때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은 ‘권력형 비리’로 직결될 수 있어 매우 심각하다. 정 씨 구속은 ‘입구’에 불과하며, 조 씨 수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 씨는 지난해 초 2차 전지업체인 WFM 주식 12만 주를 차명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조 씨 계좌 돈이 흘러간 단서가 포착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도 해당된다. 구속된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윤규근 총경 관련 의혹, 웅동학원 허위 소송 개입 문제 등도 주목받고 있다.

두 달 이상 국민을 분노케 했던 조국 일가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개혁을 서두르는 등 수사 방해라고 할 정도로 여권이 검찰을 압박한 배경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돈다. 권력 남용이나 다른 실세 연루 가능성 등 모든 의혹에 대해 어떤 성역(聖域)도 두지 않고 철저히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그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