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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 일자리’로 전락한 공공기관…임원 5명중 1명은 ‘낙하산’

김도연 기자 | 2019-10-23 11:30

그래픽 = 권호영 그래픽 = 권호영

■ 文정부 출범 2년 5개월… 불공정 인사 심화

업무 연관성·전문성 관련 없는
정치권 인사 임명 내사람 심기
임원 전체 여권 출신 채우기도
억대 연봉·차량까지 제공 특전

공공기관 개혁 뒷전 ‘나몰라라’
평등·공정·정의 헛구호에 그쳐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던진 말이다. 그로부터 2년 5개월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대통령의 다짐처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졌을까. 적어도 지난 2일 시작해 21일로 사실상 매듭지어진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난 정부 산하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놓고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 자회사의 대표 대부분이 여권 출신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는가 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0명 중 4명꼴로 ‘친문(친문재인) 낙하산 인사’를 뜻하는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감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공공기관이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정규직 전환 자회사 대표이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중 총 7개 기관이 8곳의 자회사를 세웠으며, 이 중 6곳의 대표이사와 상임이사 1명이 여권과 직접 관련된 인사였다. 이들 자회사 임원은 최고 1억 원 이상의 연봉에 별도의 성과급과 업무추진비는 물론 차량까지 제공받는 사례도 있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기관이 오히려 여권의 구직활동에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자회사 2곳 전부 사장을 여권 인사로 선정했다. 전 경남 노사모 대표이자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 김모 씨를 LH사옥관리 사장으로, 민주당 재선 지방의원 및 정책위 부의장 출신 김모 씨를 LH상담센터 사장으로 임명했다. 한국공항공사는 대표이사를 비롯해 상임이사까지 여권 출신 인사로 충원했다. 문재인 대선후보 노동팀장 및 민주당 중앙위 위원인 이모 씨를 자회사 KAC파트너스 대표에 임명했고,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 및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모 씨를 상임이사로 채용했다. 한국감정원 또한 민주당 소속 지역위원장 출신인 박모 씨를 자회사 KAB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정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종배(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통령과 장관이 임명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286명 중 120명(42.0%)이 ‘캠코더 인사’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중 임명권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는 ‘코드 인사’가 61명(50.8%)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민주당 출신 인사는 43명(35.8%)이었으며,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도 16명(13.3%)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지난 8월 기준 총 500명에 육박했다는 분석도 13일 나왔다.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2799명 중 498명(17.8%)이 해당한다. 5명 중 1명꼴이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8월 말 기준 347개 공공기관의 임원 33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난 내용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8월 31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같은 기관 1651명의 임원 중 낙하산 인사가 356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18일 환경부 종합 국감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동철(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59%가 ‘캠코더’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산하 13개 기관 임원 가운데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임원은 46명으로, 이 가운데 27명이 ‘캠코더’ 인사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측근 인사가 지원서 한 면을 백지로 제출하고도 관련 경력이 없는 공공기관 상임이사로 채용된 사례도 21일 드러났다. 그는 이 대표가 창업한 출판사 돌베개에서 8년간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승강기안전관리공단 지원 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판사 돌베개 부장 출신 A 씨는 앞뒤 양면으로 구성된 교육홍보이사 지원서 뒷면에 단 한 줄도 쓰지 않고도 최종 합격했다. 지원서 뒷면에는 관련 분야 업적 등 5가지 항목에 관해 기재하게 돼 있었다. 그는 대신 자기소개서에 “1983년 독재정권에 항의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교내 시위를 주동했다” “지리산을 좋아해서 50차례 이상 등정했고 네팔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10여 차례 다녀왔다”고 썼다.

이 같은 공공기관의 ‘공공연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시급히 이뤄야 할 공공개혁은 뒷전이고 현 정부 코드에 맞는 정책 추진에 급급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23일 “부채감축과 재무건전성 향상, 경영 효율화 등 해당 공공기관의 혁신 성패는 기관장 및 그의 업무를 견제·감시하는 이사진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는데도 공공기관 임원진을 낙하산 인사로 채우는 것은 그들의 본질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해서 현 정부의 정책을 잘 수행하기를 기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 실장은 “공공기관이 더 이상 캠프 출신의 일자리 창출과 문재인 정부의 만만한 ‘정책 실험 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진정한 공공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고 불의한’ 낙하산 인사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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