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북악중 학생들이 8월 24일 강원 양구군 방산면 두타연 생태체험장 등에서‘배꼽잡는 양구 체험여행’을 한 뒤 두타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강원 양구 두타연 생태체험장

맑고 장엄한 풍경에 감탄 연발
아픈 전쟁 역사도 절절히 느껴

파로호 가르며 신나는 ‘집라인’
군복 입고 병영체험 추억 쌓기
약수산채마을선 ‘바비큐 파티’

“앗 깜짝이야, 메뚜기다! 이렇게 가까이서는 처음 봐. 신기해~” 지난 8월 23일 강원 양구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두타연 생태체험장. 군(軍)부대의 삼엄한 경계 아래 출입 신청을 거쳐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 초록을 가득 품은 숲과 함께 나비, 메뚜기 등이 먼저 아이들을 반겼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장엄한 자연을 감상하기에 앞서 마중 나온 메뚜기, 애벌레 등뿐 아니라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에도 깜짝 놀랐다.

해설을 한 신현숙 양구농촌체험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이 “무서워만 하지 말고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나비나 애벌레도 도시에서보다 색이 선명하고 예뻐요”라고 하자 천천히 곤충들을 살펴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날 서울 성북구 북악중학교 학생회장을 비롯해 41명의 학생회 간부는 1박 2일간의‘배꼽 잡는 양구 체험 여행’을 두타연 생태체험장에서 시작했다. 전쟁 이후 60여 년이 지난 2004년에야 일반에 개방되기 시작한 이곳은 오후 4시 이후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사람의 발길이 통제되면서 자연이 보존된 산과 나무, 계곡으로 둘러싸인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다. 물론 내면에는 6·25 전쟁의 상흔이 오롯이 담겨 있기도 하다.

신 국장은 “전쟁 전에는 동네 주민들이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금강산에 가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흔할 만큼 금강산과 가까운 곳”이라며 “잠시 눈을 감고 바람소리와 새소리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했다. 자연의 소리 외에는 어떤 소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북악중의 한 학생이 집라인 체험을 하는 모습. 김선규 기자

산양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연신 “평화로워 보인다” “산양에게는 여기가 천국이겠다”고 감탄했다. 1학년 민유빈(13) 양은 “친구들이 처음엔 벌레를 무서워해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가만히 풀냄새도 맡고 시원한 바람을 쐬니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이렇게 예쁜 곳에서 전쟁이 일어났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국장이 “이곳에서만 9개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피의 능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면서 “아직도 유해발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곳 어딘가에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넋이 기려 있다”고 하자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시원한 물줄기를 느끼며 두타연 계곡 돌다리와 흔들다리를 지나는 길 사이사이에는 지뢰체험장 등 전쟁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을 인솔한 김정수 북악중 교사는 “서울 아이들이 잘 보존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익힐 수 있는 생생한 체험장이어서 수련 장소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꼽 잡는 여행’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생태체험 후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약수산채농촌체험마을에서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캠프파이어와 바비큐 구이도 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4일에는 한반도 모양인 한반도섬을 방문하고, 푸른 물을 담고 있는 파로호를 가르며 신나게 ‘집라인’ 체험을 했다. 이후 병영체험 공간에서 병영체험도 이뤄졌다.

북악중 학생회장인 이민우(15) 군은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보니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계곡 물도 마셔봤는데 시원하고 깨끗하고 정말 좋았다”면서 “여전히 지뢰와 희생자들이 묻힌 곳을 코앞에 둔 땅을 밟으니 전쟁의 역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