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김선민(31)·박지수(여·30)예비부부

이미지 크게보기 QR코드를 찍어 카카오톡 문화일보 대화창에 들어오셔서 그립습니다, 결혼했습니다 등의 사연을 보내주세요. 이메일(opinion@munhwa.com)로 사연을 보내주셔도 됩니다.

7년 전 임용고시 재수를 준비할 때 예비신랑(선민)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땐 여느 고시생처럼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애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사과 농사를 지으며 딸의 임용고시 합격 소식만 기다리는 부모님께 불효하는 거로 생각했죠.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야”라면서 사탕을 건네며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예비신랑의 순수한 모습에 사치스러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고백받던 날 앉은 자리에서 모기에 6방이나 물릴 만큼 오랫동안 머뭇거렸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 저는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연애를 시작한 그해 저는 임용고시 시험에 또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 낙방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고, 체력적으로도 지쳐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가족들에게 하소연할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를 붙잡아준 게 선민 씨입니다. 그는 저에게 위로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예비신랑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낙방 이후 다음 해, 저는 운 좋게 추가 시험에 합격해 꿈꾸던 교사가 됐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예비신랑이 떠오르더라고요.

오는 10월, 저희는 7년 연애를 마치고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됩니다. 가장 불안했던 시기에 선민 씨를 만났고, 그 시기 그는 가장 빛났습니다. 저도 그런 아내가 되고자 합니다. 좋을 때뿐만 아니라 힘들 때 빛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