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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투자전문기관이 일반인들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 등에 투자하고 여기서 올린 수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간접투자방식을 통칭해 펀드라고 한다. 한국 펀드시장이 두 개의 펀드로 연일 들썩이고 있다. 공모펀드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선 ‘애국펀드’가 최대 관심의 대상이고, 사모펀드에선 이른바 ‘조국 펀드’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우선 공모펀드의 대세가 된 애국펀드부터 보자. 문 대통령이 ‘극일(克日)’을 강조하며 지난달 26일 가입해 애국펀드로 불리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 코리아 펀드’는 요즘 여권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펀드 가입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일 정도로 히트상품이 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줄줄이 가입했고 주요 장관과 광역·기초단체장들도 경쟁하듯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공공기관에선 별도의 투자설명회까지 열고 이 펀드에 수십 명의 임직원이 단체가입했다고 하니, 이 펀드 가입을 주저하다간 ‘반일(反日)’로도 몰릴 수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까지 가입한 펀드이니 수익률을 잘 관리해줄 거란 기대감에 일반 투자자도 가세하면서 출시 한 달도 채 안 된 이 펀드 가입액이 45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사모펀드 시장을 휘젓고 있는 조국 펀드는 어떠할까. 국내 펀드설정액의 6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펀드시장의 주력이면서도 ‘큰손’들이 주로 애용해 일반 투자자들에겐 다소 생소했던 사모펀드가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펀드 투자 의혹을 계기로 확 떴다. 뜬 건 좋은데 문제는, 조국 펀드를 둘러싸고 실정법 위반과 권력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다 보니 국민 눈에 사모펀드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가 시급한데 조국 펀드 불똥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오히려 더 강화하려고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는 소리가 투자업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펀드 투자의 제1 목적은 돈을 버는 것, 즉 ‘수익성’이다. 이런 펀드가 ‘정치 바람’을 타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 때마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가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놓이면서 금융 당국이 해당 펀드에 대한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 검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애국펀드와 권력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조국 펀드가 국내 펀드시장에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낼지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