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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더 많이 꾸짖어 달라. 깊이 성찰하고 성찰하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다. 물론 청와대와 교감 없이 낸 답변은 아니라고 보인다. 조 후보의 의혹은 역대급이다. 논문 표절 의혹,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연루는 약과다. 전 재산보다 많은 탈세 목적의 사모펀드 75억 원 약정, 동생 위장이혼과 허위통모(通謀)소송, 웅동학원을 둘러싼 약 52억 원의 채무 면탈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딸의 대학 진학과 장학금 특혜는 청소년들을 허탈하게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2주간 인턴을 하고 저명한 영어 학술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연구자들을 모욕한다. 한영외고, 고려대,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하는 동안 필기시험 한 번 없이 합격한 것은 입시생들과 학부모들을 허탈하게 한다.

조 후보는 자주 그리고 많이 양심, 상식, 배려, 겸허, 진솔, 사랑, 절차적 정의, 인권, 평등을 얘기했다. 그러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의 강압적 감찰 등은 정의와는 반대였다. 현재까지의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양심·상식·배려·겸허·진솔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 본질적으로, 조 후보가 법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진짜 문제점은, 자유 대한민국의 보편적 가치관을 훼손시킨다는 점이다. 법무장관은 법치주의의 실천적 수호자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정신은 두 가지다. 그것은 법치주의와 공화주의다. 공화정신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시민정신이다. 공화정신이 결여된 민주주의는 말의 성찬을 이루는 가짜 민주주의다. 이중적인 삶과 언변을 구사한 분이 국가의 기강을 다루는 법무장관에 임명되는 경우의 폐해는 바로 법치주의와 공화정신의 피폐화다.

그러면 조 후보의 법무장관으로서의 능력은 어떠한가? 그는 느닷없이 아동성범죄자 관리 강화, 스토킹 처벌법의 조속한 제정, 다중피해 안전사고 책임자 엄단이라는 정책공약을 내걸었다. 국면 전환용으로, 정책 구상은 치졸하고 이중적으로 보인다. 현재 안보 선진국이 걱정하는 가장 큰 위협은 테러리즘, 과격주의, 반(反)국가안보사범, 국제조직범죄 등이다. 이는 국가의 근본을 흔들고, 초일류 국가로 가는 데 장애가 되는 범죄들이다. 따라서 국가중앙방첩청 설립이나, 올바른 법률가의 양성과 공정한 법률 문화의 확산에 대한 포부를 밝혔어야 했다.

조 후보의 범죄 혐의는 드러난 것만 해도, 부동산실명법, 공직자윤리법, 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죄, 위조 사문서 등의 행사죄, 제3자 뇌물제공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강제집행면탈죄 등 다양하다. 명예훼손, 모욕죄, 업무방해죄, 부동산실명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설치법 위반으로 고소도 당한 상태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 즉시 수사하지 않는 것은 이미 직무유기로 보인다.

더 나아가 법무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 법무장관은 변호사에 대해서도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법률사무소 개설 장소와 등록취소 명령 권한을 행사해 변호사를 통제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법조인들은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검사와 변호사들이 이분은 도저히 안 된다는 말이 없는 게 의아하다는 어느 지인의 지적이 가슴 먹먹하게 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