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근로손실일 217배차

사측, 손실 무서워 勞요구 수용
산업 경쟁력 저하 악순환 지속

노조가입률 韓 10% - 日 17%
가입률 낮은 韓, 손실은 더 많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쟁의행위로 인한 한·일 간의 근로손실 차이와 일본의 대체근로 허용 결과는 노사 균형을 위한 경영계 방어권 보장 및 기업의 실효성 있는 대항 수단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매년 평균 100여 건의 분규가 발생해 근로손실과 생산 차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산업,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노동 편향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22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 노사분규 건수는 2014년 111건, 2016년 120건, 2018년 134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근로손실일수는 같은 기간 65만1000일, 203만5000일, 55만2000일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경제보복과 내수침체로 경제여건이 악화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28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부분파업을 강행하는 등 노사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140개국 중 최하위권인 124위를 기록했다.

경영계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없는 기업이 조업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밖에 없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과도한 근로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남용하는 경우가 잦다”며 “기업이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가 확대되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파업이 발생해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업과 관계없는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하도급·파견도 금지하고 있다. 다만 2006년 노조법 개정 이후 필수공익사업만 파업참가자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체근로와 도급만 허용하고 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경우 1949년 아사히신문사 사건, 1978년 산요전기 궤도 사건 등의 판례를 통해 쟁의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를 인정해 왔다”며 “우리나라는 무기대등(武器對等)의 원칙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