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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원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국가중요농업유산이 있는 전남 보성과 완도 등을 다녀왔다. 계열사에서 농촌관광 붐 조성을 위해 관련 탐방 여행상품을 출시했다고 해서 마련한 행사였다. 세계문화유산은 다 알고 있지만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처음 듣는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농업유산이란 농업인이 지역의 환경과 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오랜 기간 형성한 유·무형의 농업자원을 일컫는다. 200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다음 세대에 계승해야 할 중요한 농업이나 생물 다양성, 토지이용체계 등을 지닌 농업유산을 지키자는 취지로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농촌 자원 중에서 전통적 농업생산 방식을 유지하며 독특한 가치를 지닌 자원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관리해 오고 있다.

우리 일행이 처음 만난 것은 국가중요농업유산 11호로 지정된 보성 전통차 농업시스템이었다. 경건함도 잠시, 농업인들의 고단함이 연상되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맨손 작업을 통해 일군 농업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찾은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은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라는 상징성과 함께 우리 온돌문화를 적용한 독창적인 관개수리기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농사지을 토지가 없는 공간에 돌을 쌓고 논을 만든 조상들의 지혜가 열악한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로 전해왔다.

현재까지 지정된 우리나라의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모두 열두 곳이다. 화전민들의 든든한 울타리였던 강원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뽕나무 재배에서 누에 사육까지 농업시스템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전북 부안 유유동 양잠농업 등 모두가 전통 재배기법과 방식이 여느 것과 견줄 수 없이 특별한 것들이다. 특히 급경사지에서 토양 유실을 줄일 수 있는 농작물 재배법을 유지하고 있는 경북 울릉 화산섬 밭 농업시스템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온 현지 농업인의 애환 그 자체다.

이번에 다녀온 두 곳과 더불어 제주 밭담과 충남 금산 인삼농업, 경남 하동 전통 차농업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이 올라 있다.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 28개국 50곳만이 등재됐다고 하니 우리 농업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그만큼 남다르다 하겠다.

우리 농업과 농촌 여행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세계농업유산이라는 명성에 기대어 이런 곳부터 다녀온다면 차츰 농업·농촌의 보이지 않는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 조상들의 삶의 여정을 통해 끈기와 인내, 자연 친화적 질박함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다고 본다.

지금은 농업과 농촌이 단순히 식량 생산처라는 의미를 넘어 좀 더 확장된 플랫폼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인류를 유지 발전시켜온 위대한 유산이자 힐링의 최적지인 것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은 순간이면 이곳이 다시 그리워질 것 같다. 농업유산이 단순히 유산으로 머물지 않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길 기대해 본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