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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 수척해진 우리의 자화상

기사입력 | 2019-08-13 12:06

장회준, 불면, 40×33×105㎝, 합성수지에 채색, 2012 장회준, 불면, 40×33×105㎝, 합성수지에 채색, 2012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녘 동쪽 하늘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믐달을 보았다면 밤새 뒤척인 게 맞는다.

잠이 모자라는 이유가 꼭 더위 때문만은 아닐 터. 근심 걱정이 천근만근이니 가위눌려 눈이 감기지 않는 거다. 욕망의 분량만큼, 아니면 소유의 분량만큼 잡생각은 늘어나는 법이니.

잠이 부족해 피곤한데도 생각이 많아 하얗게 밤을 지새운 몰골이다. 머리칼이 곤두서고, 안색이 창백하고 수척해진 그의 머리에 얹힌 푸른 그믐달이 재미있다. (관객 쪽에서라면 초저녁 초승달이지만 작중 인물 쪽에서는 새벽 그믐달이다.) 이 기호가 때를 지시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유심히 보니 잠옷 패턴이 도시의 야경이다. 초야에 묻혀 안빈낙도해도 번뇌는 피할 수 없는 건데, 하물며 도시의 삶에서야 오죽할까.

우리에게 모자라는 게 잠뿐이겠는가. 하드 속의 잡다한 데이터들을 지우고 청소하는 새 포맷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이 여름은 포맷의 계절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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