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9일 열린 걸그룹 ‘있지’의 쇼케이스에서는 ‘영상 취재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사전 공지됐다. 연합뉴스

‘제작발표회 진행 중 실시간 라이브 방송은 불가합니다.’

요즘 드라마, 영화 제작사나 홍보사들이 보내는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초대장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문구다. 최근 열린 또 다른 행사 초대장에는 ‘당일 행사의 온라인 생중계는 주최 측 외에는 진행하실 수 없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페이스북 생중계 등)’라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언론 환경이 스마트폰과 SNS를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현장에 있는 기자가 스마트폰을 들면 어떤 매체든 실시간 송출이 가능한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팬들은 항시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검색하고, 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좇는다. 당연히 스타의 신작이나 신곡이 발표되는 현장은 관심의 대상이고 이를 엿보길 원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 있는 기자가 이를 자사 SNS 계정을 통해 생중계하면 페이지뷰가 급증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얼마 전 한 유명 아이돌 그룹의 쇼케이스 도중, 홍보담당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현재 쇼케이스를 외부에 중계하는 매체가 있다”며 중단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한 홍보대행사 대표는 “스타가 출연하는 제작발표회나 쇼케이스는 워낙 대중의 관심이 높아 특정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에 독점 공급 계약을 맺는다”며 “타 언론사가 이를 무단으로 노출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강하게 어필하면 혹시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않을까 두려워 안내문에 자제를 부탁하고 현장에서 촬영을 막는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나 쇼케이스는 언론 매체에만 공개된다는 희소성 때문에 극성 팬들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행사 현장에 가면 큰 카메라를 둘러멘 이들과 실랑이를 하는 홍보담당자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곤 한다. ‘대포’라 불리는 망원렌즈를 끼운 카메라에 ‘PRESS’(언론)라는 딱지를 붙인 이들의 모습은 겉으로는 영락없는 취재진이다. 하지만 스타를 가까이서 보거나 담기 위해 명함 혹은 기자증까지 위조해 대담하게 내미는 극성 팬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홍보사 직원들은 서로서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적사항을 공유하며 철저하게 출입을 막는다. 이들은 일단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면 더 큰소리를 내며 험악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사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출입을 차단당한 일부 극성 팬들은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홍보사 관계자나 대표의 개인 휴대전화로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한 홍보사 대표는 한 팬에게서 받은 협박 문자를 보여주며 “희소성 있는 영상이나 사진은 SNS의 조회 수를 높일 뿐 아니라 때론 돈벌이 수단도 되기 때문에 일부 취재진뿐 아니라 극성 팬들도 영상 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이를 담으려 한다”며 동영상·실시간 스트리밍 시대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안진용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