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산업의 서막은 LG전자 모태인 금성사가 1959년 국내 최초로 진공관식 국산 라디오 ‘A-501’을 출시하면서 열렸다. 금성사는 이후 일본 히타치 기술 연수를 통해 선진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설비를 도입해 1966년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흑백 TV를 생산하면서 가전(家電)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53년, LG전자가 가전 부문에서 놀라운 소식을 전해 왔다.

LG전자는 30일 생활가전 사업부문의 올 2분기 매출이 6조1028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6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상반기 매출액은 11조5687억 원으로 미국의 월풀(약 11조3982억 원)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이 특정 제품이 아니라 생활가전 전체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고집스러운 연구·개발(R&D)을 통해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 드럼·통돌이 결합형 세탁기인 트윈워시 등 ‘세상에 없던 가전’을 잇따라 내놓은 LG전자 앞에서 천하의 월풀도, 전자왕국 일본도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높은 기술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미국 대형 생활가전 시장에서 13분기 연속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면서 한국 가전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때마침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을 외면해온 대기업 탓’으로 돌리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와 구호만 요란한 급조 대책으로 일본을 넘을 수 없다. 피와 땀이 밴 연구·개발로 OEM 기술을 세계 1위 기술로 반전시킨 LG 가전, 역시 일본에서 배웠지만 이미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한 데 이어 미국 가전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삼성전자의 분투, 이런 게 진정한 극일(克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