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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현용·김지원 부부

심현용(38·사진 오른쪽) 씨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처음 출근한 날 회사를 그만두려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인생 반려자 김지원(여·34·왼쪽) 씨를 만납니다. 놀라운 것은 변변한 기술도 없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심 씨에게 건넨 지원 씨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심 씨를 전문대 교수에 오르게 하는 마법을 이뤄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심 씨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서 들려드립니다.

저와 제 아내 지원 씨는 한 통신회사 입사 동기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어릴 적 놀기만 했던 저와 달리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아내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함께 일을 배우며 호감이 쌓여갔지만, 도저히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았죠. 지원 씨와 썸 타던 시절, 이직을 위해 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그 회사에선 고졸인 절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면접을 망치고 집으로 가는 길, 햇살은 어찌나 그렇게 예쁘던지, 참 외롭고 서글프더라고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생각나는 건 지원 씨뿐이었습니다. 무작정 전화했습니다.

“그 회사가 나랑 안 맞더라고.”

섭섭한 속내를 애써 감추고 있는데, 지원 씨가 제게 말하더군요.

“오빠, 그림 그리는 거 보니깐 센스 있던데 디자인 공부해보는 게 어때?”

처음으로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던 날입니다. 그녀의 격려에 힘입어 디자인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당시 전 재산은 400만 원. 그 중 360만 원은 1년 치 학원비로 썼습니다. 나머지 40만 원으로 버티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밤에는 야간대학도 다녔습니다.

지원 씨는 고시공부 뒷바라지하듯 물심양면 지원해줬습니다. 제가 산업 기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날, 지원 씨가 기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 딴 자격증을 활용해 그래픽 직업훈련교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에게서 호주로 떠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제 나이 31살. 새로운 땅에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지원 씨에게 전화했습니다. 지원 씨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호주에 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8개월. 그 안에 비자와 경비 등 모든 걸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때 지원 씨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애인 사이로 호주에 가면 양가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을까?”

일리가 있었습니다. 우선 양가 부모님을 찾아가 결혼 허락을 받았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한국에서 3년 동안 그래픽 강사로 열심히 일했지만, 저희에게는 목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고 남은 비용과 축의금 등을 모아 비행기 표와 호주에서 살 집을 구하는 데에 썼죠. 그렇게 호주에 도착하니 수중에는 600만 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호주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저는 한 프랜차이즈 회사에 디자인 실장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아내 역시 지역 신문사 객원 미술기자로 일하며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호주 생활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다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3평짜리 단칸방→8평짜리 월세→14평짜리 전세→25평 아파트로 집을 넓혀나갔죠. 아내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업 컨설팅을 하는 컨설턴트로 성장했습니다. 저는 그래픽 학원 원장으로 일하다 지금은 전문대학 객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제 손을 놓지 않은 아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아내와 함께 험한 세상을 당당하게 헤쳐나가려 합니다.

김선영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

※해당 기사는 지난 한 주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