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규제비판론 확산’ 판단
日주요언론 다수 부정적 입장

한·일이 23일부터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서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격돌하는 가운데, 참의원 선거 기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침묵하던 일본 야당들이 선거가 끝나면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 따르면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과 대립했던 5개 야당 연합은 선거 이후 대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에 역풍을 우려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도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던 일본 야당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의 개헌 의석 확보를 저지하는 등 성과를 낸 데다 일본 내에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비판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비판한 야당 의원은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입헌민주당 간사장이 거의 유일했는데, 그는 지난 14일 일본 NHK에서 “정치적인 문제에 통상적 대항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익상 마이너스”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 역시 절반 가까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여론 조성의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자국 내 수출 관리 제도에 근거한 운용의 재검토일 뿐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이번 반도체 원자재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강제징용이나 실제 대북 유출 때문이 아니라는 점, 한국이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을 집중 부각한다는 계산이다. 일본 정부는 전날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도 수출규제 강화조치의 배경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NHK 등과의 인터뷰에서 “수출관리에 대해 말하면 바세나르 체제 등 국제 루트 하에서 안보를 목적으로 한 적절한 실시라는 관점에서 운용을 재검토한 것으로, 대항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아·박준우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