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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렇지만 그게 왜인 건지／ 내가 이상한 것 같아／／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여성 3명과 남성 1명인 모던 록 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2010년 제2집 앨범 ‘졸업’에 담은 노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시작 부분이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작사·작곡을 전담하는 보컬 겸 베이스기타리스트로, 성(姓) ‘윤’을 뺀 본명이 예명인 덕원(38)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재학 시절에 수강한 필수 과목이 노래 제목이다.

평범한 청춘의 일상을 표현하는 이들의 노래는 청춘들에게 큰 위로이기도 하다. 브로콜리너마저는 기원전 44년 고대 로마의 황제 줄리어스 시저가 심복의 칼을 맞고 남겼다는 마지막 말 “브루투스 너마저”를 패러디하면서, 식탁에 흔히 오르는 채소 브로콜리를 끌어들인 이름이다. 덕원 외의 현재 멤버는 예명을 ‘김’인 성 없이 본명만 사용하는 잔디(37·건반), 본명에서 성인 ‘반’을 뺀 향기(35·기타), 본명이 류지현인 류지(35·드럼과 보컬) 등이다. “감성적인 가사, 따뜻한 멜로디, 절제된 감정과 사람·사회에 대한 진솔한 태도”라는 평가도 받은 2집 앨범의 또 다른 노래 ‘환절기’ 시작은 이렇다. ‘거짓말같이 맑은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면／ 무더운 날이 없던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계절은 오는데’. 2007년 ‘앵콜 요청 금지’로 데뷔한 이듬해에 발표한 정규 1집 앨범 ‘보편적인 노래’에 담긴 곡들의 맥을 이은 노래다.

이들이 “대단히 멋지거나 훌륭한 사람은 못 돼도, 실망하게 하진 않겠다는 다짐”이라는 3집 ‘속물들’을 최근 내놓았다. ‘겉으론 아닌 척하고／ 딴청을 피고 있었지만／ 사실은 도망치고 있었어／ 어색한 표정에 그럴듯한 허세에 쩔었네’ 하는 타이틀 곡 등 명곡이 가득하다. ‘만약 지금이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면／ 그건 참 유감이네／ 그동안은 아직 나는 행복하지 않았거든’ 하는 ‘서른’도 그중 하나다. 브로콜리너마저가 2011년부터 매년 가진 여름 공연 ‘이른 열대야’를 서울 청계천로 CKL스테이지에서 지난 4일 시작했다. 현재 남은 일정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다. 나이와 무관하게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노래들이라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