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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 공포’가 21세기 한국 흔든다

기사입력 | 2019-07-22 11:37

김병직 논설위원

뉴욕·런던이 말똥으로 덮일 것
19세기 공해는 자동차가 해결
최근 한국 怪談은 훨씬 더 심각

환경운동, 과학보다 이념 편향
文정부 지원 등에 업고 권력화
공포 조장하는 선동에 ‘NO’해야


1898년 미국 뉴욕에서 세계 최초로 열렸던 국제도시개발회의의 핵심 안건은 ‘말똥’이었다. 당시 말은 필수불가결한 도시 내 이동수단이었는데, 길거리에 마구 내질러대는 말똥은 공중위생 측면에서도 최대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더타임스는 환경론자의 말을 빌려 “1950년이 되면 런던의 모든 거리가 3m의 말똥으로 덮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의 한 환경론자는 “말똥이 맨해튼의 3층 유리창까지 쌓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마차를 밀어내고 1908년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미국 포드의 T모델이 양산되기 시작했을 때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1면에 “이제야 공해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금 돌아보면 코미디 영화 같은 모습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산업 발전을 예측하지 못했을 뿐, 실제의 우려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말똥 공포’가 2019년 대한민국을 압도하고 있다. 무지의 소산인지 의도된 행태인지 알 수 없지만, 과학 아닌 미신에 가까운 괴담(怪談) 수준의 환경 공포가 문재인 정부 한가운데 기세등등하게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 주변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센터 건물 외곽의 전자파는 0.09∼0.47밀리가우스로 일반 가정집 실내 측정치(0.6)보다 낮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에서는 전자파가 19.79밀리가우스 수준으로 방출….” 미래전파공학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내놨던 ‘네이버 데이터센터 전자파 연구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네이버가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했던 용인 데이터센터 설립을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인체 피해 여부를 과학적으로 따져보자며 의뢰해 나온 결과였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치명적인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환경단체 주장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면서 네이버는 결국 지난 6월 데이터센터 설립을 포기해야 했다.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를 상용화한 이동통신사들도 요즘 환경공포를 부추기는 운동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활한 5G 서비스를 위해 통신인프라를 재구축하는 일이 시급한데, ‘통신기지국으로 중계되는 5G 고주파가 몸속에 침투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괴담에 공포를 느낀 일부 지역민이 기지국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생계형 환경단체는 지역민들에게 사실상 용역을 받고 대리 시위에 나서거나, 거꾸로 그들이 지역민 공포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이비 과학과 미신에 기댄 환경운동가들의 ‘공포 마케팅’은 문 정부 들어 이미 정책에까지 깊숙이 투영됐다. 탈(脫)원전 정책과 4대강 보 철거 추진 등이 그것이다. 원전을 세월호에 비유하며 적폐 청산하듯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은 2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원전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녹조 라테’ 프레임을 앞세운 운동가들의 4대강 공격은 선진외국에선 수질 개선을 위해 활용돼온 보(洑)를 부숴버려야 할 환경 파괴 주범으로 조작해놨다.

과학보다 이념에 매몰돼 사실 비틀기에 능숙한 일부 환경 ‘선동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각 부처·공공기관 요소요소에 자리를 꿰찬 채 거대한 권력이 됐다. 투기를 방불케 하는 태양광 붐을 타고 천문학적인 돈을 건졌다는 권력 측근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돈다. 문 정부 들어 정책 보조금 지원을 받는 환경단체가 5배나 급증했다고 하니 앞으로 그 위세는 더해갈 것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우리 환경이 나아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환경운동도 ‘내로남불’이니 기대난망이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10배 폭증했고, 태양광 사업에 따른 산지 훼손 면적이 4.6배나 급증했는데도, 이에 대해선 단 한마디 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업들을 환경 파괴하는 ‘악의 근원’으로 낙인찍고, 환경을 원시 상태로 되돌리려는 허황된 시도에 박수를 보내선 안 된다. 광우병 사태 당시 ‘뇌 송송 구멍 탁’ 식의 근거 없는 선동이 더 이상 통해서도 안 된다. 왜곡된 환경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스스로 권력이 돼버린 환경운동단체에 대해 한국 사회는 이제 과감히 ‘NO’라고 외쳐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현세대는 후세대에 ‘말똥 공포’에 짓눌려 스스로 국부(國富)도 미래도 파괴해버린 ‘역사를 망친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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