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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16일부터 발효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여론은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더 크다. 제도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무리한 정착보다는 제도상의 문제점 개선과 비법적인 조직 문화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알려진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폭언이나 불합리한 강요 등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의 개정과 함께 만들어진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당사자와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 내용 및 정도, 일회적 또는 지속적 여부 등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돼 있다.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 취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법적 분쟁의 발생을 예방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구성원의 이직 또는 조직 몰입도 하락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기업의 이미지 손상을 막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구성원 간의 괴롭힘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에 문제가 생겨 기업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괴롭힘이 구체적·객관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괴롭힘을 주관적으로만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우 업무상 상식적인 지적이나 지시도 얼마든지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불합리하고 부당한 괴롭힘이 있음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관련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괴롭힘의 판단 기준과 원칙 없이 일부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괴롭힘 여부가 결정된다면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행령 등에 괴롭힘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 정립을 서둘러야 한다.

조직 문화의 위축, 구성원 간의 소통 단절로 인한 팀워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매우 높다. 정상적인 업무의 수행과 관련된 활동도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조직 경험 등 사회화 과정이 다른 세대 간의 관계에서는 오해의 소지도 많이 있을 수 있다. 조직 문화, 개인 간의 소통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을 법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 조직 문화의 위축,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의 억제, 팀워크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법적인 처벌이 두려워 적극적인 소통을 피한다면 세대 간에 소통이 단절되고 이는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 등 조직 경험과 조직 지식의 세대 간 이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법적인 접근보다는 조직 문화 개선과 혁신 등 비법률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과도한 법제화는 노무 비용의 지나친 증가로 조직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법무 인사 관련 조직을 대규모로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제도가 잘못 운영되는 경우 노무 비용이 과다 지출될 수 있다. 이는 제도가 기대하는 기업의 생산성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독소(毒素) 제거는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