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조민지·이동영 부부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하늘나라에 계신 시아버님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조민지·28·사진 오른쪽)는 남편(이동영·31·왼쪽)을 3년 전 소개팅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없을 뻔한’ 소개팅이었습니다. 당시 동영 씨는 아버지가 방광암 말기로 투병 중이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간호사인 저 역시 동영 씨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낼지 알기 때문에 억지로 소개팅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님 곁에 있어야 할 소개팅남 동영 씨의 시간을 제가 빼앗는다는 느낌이 들까 봐 미리 우려했던 거죠.

‘만나는 보고 연락을 이어갈지 말지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습니다. 처음 연락처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눈 지 한 달 만에 만난 거죠. 아버지 간호로 동영 씨가 움직일 수 없어 제가 파주에서 울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첫 만남에 동영 씨는 저보고 피아노를 잘 칠 거 같다며 제 손을 잡더라고요. 이상하게 떨렸습니다. 이 떨림이 맞잡은 손으로 전해질까 걱정될 만큼요.

동영 씨와 연애를 시작하고 반년 정도 됐을 때. 저와 동영 씨는 다른 생명을 갖게 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혼전임신이죠. 한때는 생명을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동영 씨를 만났지만, 전혀 준비하지 않았을 때 생긴 아이였으니까요.

2017년 2월 8일, 제 안에 다른 생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날입니다. 남편은 제 임신 사실을 알고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이라며 “이 아이는 너랑 내가 함께할 인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저와 달리 동영 씨는 확고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든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남편 모습에서 저는 아이를 가졌다는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동영 씨 아버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은 의사 선생님에게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저희가 아이를 갖게 된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임의로 저희 결혼식 날짜를 달력에 표시하고, 처음 생(生)에 대한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아버님은 의사에게 “부디 이날까지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시기도 했습니다.

아버님 건강이 악화하면서 저희는 병원에서 반지를 나눠 끼며 언약식을 올렸습니다.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로 배려하며 사랑하고 평생 힘이 되기로 아버님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된 지 한 달, 언약식을 올린 지 3주가 지났을 때. 아버님은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때 시아버님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난해 6월 저희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시아버님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그다음 해였습니다. 제 마음속에서는 시아버님이 저희 결혼식을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시아버님이 남편에게 소개팅을 해보라고 해서 저희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아버님은 남편과 첫 만남부터 언약식, 그리고 결혼식까지 저희와 함께였습니다.

아버님. 당신 아들 덕분에 사랑받는 법을 배웠습니다. 또 제가 얼마나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알게 됐습니다. 남편이자 당신의 아들로 인해 저를 사랑하게 된 거죠. 제 인생에 가장 잘한 것을 꼽자면, 동영 씨와 결혼한 겁니다. 지금의 제 행복은 모두 아버님 덕분입니다. 아버님 감사드리고, 또 사랑합니다. 아버님 앞에서 남편이 했던 약속 지켜나가며 살겠습니다.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로 힘이 돼주며, 서로의 꿈을 이루는 부부가 되겠습니다.”

윤정선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


※이 글은 지난 한 주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조민지 씨와 인터뷰를 토대로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