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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 주도 질서’ 이탈 자초하나

기사입력 | 2019-06-13 11:52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중국과의 갈등 관계에서 치고 나가는 미국의 속도가 무섭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 맞서는 중국의 결기 또한 심상찮다. 그 속도와 결기가 무서운 만큼 우리의 선택이 어때야 하는지 고민은 커져 간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만난 미국의 전문가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 형성 과정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우선, 기어가는 과정이다. 기어가면 느릴 수밖에 없다. 어떠한 전략의 목표, 대상이 미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전략이 되기 위해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정책 추진의 자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걸어가는 과정이다.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전략 목표가 결정되는 되는 것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이뤄진다.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자산의 동원, 즉 정부의 예산이 배정되고 정치적으로 동의가 이뤄지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뛰어가는 과정인데, 이는 전략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이다. 전략적 목표와 그에 대한 자원의 배분이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정책 구현은 이전의 과정보다 훨씬 빠르다.

버락 오바마 1기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판다 안아주기’로 표현되는 중국 유화적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안보 측면의 불안감을 경제 측면의 기회로 상쇄하면서 여전히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편입될 수 있는 국가로 보았다. 그러던 것이 오바마 2기 들면서 중국의 계속되는 불투명함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른바 ‘용의 목 베기’라고 하는 대중(對中) 강경책이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에 미국에서는 ‘판다 안아주기’와 ‘용의 목 베기’가 혼재한 가운데, 점차 후자 쪽으로 인식이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 역조가 미국 쇠락의 원인이라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은 미국의 정책 방향을 결정적으로 이동시켰다. 기어가는 과정이 마감되고, 걸어가기 위해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국익에 문제가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대응 전략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최근 언급 대로 인도·태평양 전략 및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 등이 그 과정의 결과물로 이해될 수 있다. 십수 년에 걸친 ‘공감대 형성 과정’에 비해 트럼프 집권 이후 ‘전략 형성 과정’은 채 2∼3년이 안 걸렸다. 앞으로 구체적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이러한 빠른 전개에 우리는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미국의 요구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참여·비참여·거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본과 영국은 적극적 참여로 방향을 정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아직도 입장을 유보한 비참여의 모습을 보인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 우리는 편입될 필요가 없다는 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5G 통신은 안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에 거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중 관계의 고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중국에 대한 입장을 바꿀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복합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너무 성급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낸 건 아닌지 우려된다.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서 배제될 위험성이 있다. 가깝게는 이러한 거부가 한·미 동맹의 강도를 더는 미·일 동맹의 강도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것이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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