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여파… 최대 29% ↓
아시아·아프리카는 반사 이익

글로벌 무역전쟁 등으로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3% 감소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큰손’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등이 위축되면서 미국, 독일 등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의 대체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인투자가 증가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발표한 ‘2019 세계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각국에서 이뤄진 전체 외국인투자는 2017년 대비 13% 급감한 1조3000억 달러(약 1541조15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특히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전년 대비 27%나 뚝 떨어진 5570억 달러에 불과해 2004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 상승한 7060억 달러를 기록해 전 세계 외국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전쟁 격화로 지난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2017년 2770억 달러에서 9% 감소한 2520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 내 일자리 확대를 최대 목표로 내걸고 감세 정책과 수입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에 나섰지만 오히려 외국인투자가 감소한 셈이다. 대미 외국인투자 감소는 무역전쟁 격화로 최근 몇 년간 기업 M&A 및 부동산시장 큰손으로 떠올랐던 중국이 투자를 축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독일 역시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수출 중심 경제에 타격을 입은 데다 국가안보, 기술경쟁력 유지 등을 위해 강소 기술기업 등에 대한 M&A 거부 사례가 늘면서 중국 기업의 투자가 위축돼 외국인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독일에서 이뤄진 외국인투자 총액은 2017년 370억 달러에서 29.7% 감소한 260억 달러로 급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