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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물러나면… 나는 어쩌냐옹~

박준우 기자 | 2019-06-13 11:33

영국 총리관저 수렵수석보좌관(Chief Mouser) 래리가 11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현관 앞에 나와 취재진의 촬영에 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총리관저 수렵수석보좌관(Chief Mouser) 래리가 11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현관 앞에 나와 취재진의 촬영에 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트럼프 방문 때 화제… 英 ‘총리관저 수렵수석’ 고양이 래리 관심집중

트럼프 전용차 비스트 밑에‘쏙’
차량이동 방해해 경호팀 당황
메이와 기념촬영때 한편 차지
언론들까지 주목하며 유명세

1924년에 생긴 유서깊은 보직
관저내 쥐·날벌레 제거 주업무
노르웨이도 ‘동물 공직자’ 있어
왕실근위연대장 ‘펭귄 올라브’


영국 총리의 참모진 중에는 공식적으로 총리관저 ‘수렵수석보좌관(Chief Mouser)’이란 직함이 있다. 보좌진 중 유일하게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거주’하는 특권을 누린다. 수렵수석보좌관의 주요 업무는 관저 내 쥐와 날벌레를 제거하는 일이다. 업무 최적화를 위해 이 보좌진은 창설 당시부터 현재까지 ‘고양이’가 임명되고 있다.

현지 타블로이드 언론에서 가장 주목하는 보직이기도 하다.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해 다우닝가 10번지에 들렀을 때 벌어졌던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렵수석보좌관인 ‘래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량 ‘비스트’ 아래(사진)에 기어들어가 이동을 방해했기 때문.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 등은 “대통령 경호진이 외국 정부 관리가 허가 없이 전용차량에 접근하는 것을 방치하는 중대한 보안적 결함을 노출했다”고 지적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래리는 최근 테리사 메이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며 보좌관 자리를 계속 지킬지, 메이 총리와 함께 관저를 떠나게 될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평론가 댄 호지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래리의 사진을 올리며 “나는 보수당 정권의 차기 총리가 와도 자리를 지킬 것이며 이 자리에 있을 적임자임을 선언한다”라는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메이 총리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기념촬영을 할 때도 언론은 한편에 서 있는 래리를 더 주목하기도 했다.

다우닝가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수렵수석보좌관’은 지난 1924년부터 이어져온 유서 깊은 보직이다. 당시 재무부 사무실을 담당하던 A E 번햄이 “하루 1페니의 푼돈을 들여 쥐를 잘 잡는 고양이를 계속 두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자리가 마련된다. 현재까지 총 12마리의 고양이가 재임했다. 이들에 대한 급여까지도 명시돼 있는데, 1932년에는 활동비로 주당 1실링 6페니가 책정됐다. 20세기 말에는 연 100파운드까지 올랐다. 이는 실제 전문 해수 구제 전문가 고용비용인 연 4000달러의 40분에 1에 해당해 가격 대비 효율 면에서 우수하다.

엄연히 ‘공직자’ 대우를 받는 만큼 몇몇 언론을 중심으로 고양이의 ‘업무능력’을 도마에 올리기도 한다. 지난 2011년 동물 보호소에 있다가 다우닝가에 입성했던 래리는 쥐를 보고도 잡지 않고 잠만 자는 등 ‘직무유기’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며 타블로이드 언론들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아왔다. 심지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보는 앞에서도 쥐를 본체만체해 실제로 전격 ‘경질’됐다. 그러나 래리는 후임인 ‘프레이야’가 2014년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자 복직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래리는 여전히 부족한 업무능력으로 영국 외교부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고양이 ‘파머스톤’과 비교당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고양이는 때로는 총리와 정치적으로 동일시되기도 한다. 로버트 포드 맨체스터대 정치학 교수의 연구 결과 보수당 지지자들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의 수렵수석보좌관을, 노동당 지지자들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시절의 고양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사임한 프레이야 관련 일화도 있다. 2014년 잠시 실종됐다가 한 노숙인 보호단체 회원에게 발견됐는데, 이 회원은 트위터에 프레이야와 “노숙인 관련 예산 삭감을 하지 말라”는 요구 조건이 담긴 경고문을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영국 외에도 ‘공직’에 있는 동물은 여럿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왕펭귄 닐스 올라브는 1972년 노르웨이 왕실근위연대장으로 임명돼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 다만 영국 수렵수석보좌관이 계속 다른 고양이로 교체되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왕실근위연대장은 기존 펭귄이 수명을 다하면 이름과 직책을 같이 물려받는다. 근속 연한도 합산한다. 특히 노르웨이 국왕이 영국을 방문할 때마다 진급을 시켜주는 게 관례로 돼 있는데 일병에서 시작해 1983년 중사로 진급한 닐스 올라브는 2005년엔 대령으로, 2016년엔 준장이 돼 ‘장성’ 반열에 올랐다. 2008년엔 노르웨이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궁궐로 사용되던 1715년부터 수많은 고양이를 채용해 돌보고 있는데, 이들의 업무는 영국의 수렵수석보좌관과 같다. 이들은 포화가 계속되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제외하면 항상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 2015년, 박물관 측은 유서 깊은 고양이들의 ‘공개분양’을 하기도 했다. 캐나다 오타와의 국회의사당에서도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고양이들이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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