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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불변인데 동맹 훼손된 지난 1년

기사입력 | 2019-06-12 12:21

이용준 前 외교부 차관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1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이제 꼭 1년이다. 그동안 한반도의 국제관계 지형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막연하긴 했어도 뭔가 새로운 변화와 희망의 조짐이 기대되기도 했던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집요한 비핵화 거부 입장이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때 미·북 양측으로부터 번갈아 러브콜을 받던 한국 정부는 동시에 불신과 배척을 받아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그 존재감이 사라져 버렸다.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계기로 사람들은 망각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새삼스럽게 3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타진해 보지만, 양측 모두 정상 간 직접 담판을 하려다 실패해 상처를 입은 터라 전망이 신통찮다. 협상 타결 지연으로 제재 조치 장기화의 트랩에 갇히게 된 북한은 전가의 보도 같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려고 미사일도 쏴 보고 한국·중국·러시아 같은 우호국들을 보채 보기도 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않고 제재 조치를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추가 제재 조치까지 동원할 태세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될지도 모르는 거대한 미·중 패권싸움의 서곡으로 보이는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핵(北核)은 점차 그 소용돌이 속에 묻혀 가고 있다. 묻힌다기보다는, 미·중 패권싸움의 일환으로 동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첨예한 진영 대결 움직임의 종속변수화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 지역에서 북핵, 남중국해, 대만, 홍콩, 미사일 방어(MD), 연합 군사훈련, 대북 밀무역 감시, 한·미·일 3자 협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참여 문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문제 등 갖가지 현안은 상호 무관한 독립적 현안이었다. 하지만 이젠 미·중의 패권싸움 구도 속에서 상호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된 종속변수가 되고 있다. 20세기 냉전 체제를 연상시키는 그런 진영 대결의 장에서 중립이나 양다리 걸치기는 용납되기 어렵다. 그 중립은 양측 모두로부터 비우호적인 적(敵)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 해제 지지, 개성공단 재개 추진, 대규모 대북 경제 원조 추진 등 동맹국 미국의 정책 및 유엔 제재 조치와 정면 배치되는 정책들을 부단히 시도해 왔다. 또, 국제사회가 한반도 해역에서 벌이는 대북 밀무역 감시 활동에도 참여 않고 있다. 군사 부문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한·미 동맹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했고,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휴전선 지역 정찰활동과 방어훈련을 포기하고 북한군 주요 침입로의 지뢰를 제거하는 등 한·미 동맹과 국방 태세를 스스로 파괴하고 와해시켜 왔다. 이로 인해 한·미 양국이 동맹국으로서 추구할 공통 가치도 목표도 전략도 사라져 가고, 주한미군과 동맹의 미래는 고도의 불확실성을 맞고 있다.

지금 미·중 패권싸움이 점차 본격화하는 길목에서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일본-아세안-호주-인도-유럽연합(EU)으로 연결되는 미국 진영의 일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한·미 동맹을 버리고 중국-러시아-파키스탄-북한 등으로 구성될 중국 진영에 합류할 것인가? 이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외교적 모호성의 곡예가 허용되는 유예기간은 이미 소진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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