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죽였나’ 기자질문엔
“나는 그것에 관해서는 모른다”
김정은 자극 안하겠다는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2월 독살된 북한 김정남의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설에 대해 “내 체제 아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라는 점을 간접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제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복형에 관한 CIA 관련 정보를 봤다”면서 “내 체제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할 것이다. 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 체제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이복형을 살해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미·북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의 중국 베이징(北京)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최근 출간한 저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에서 김정남의 ‘CIA 정보원설’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CIA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보당국과도 접촉했었다고 보도했다. WSJ는 “김정남은 한국과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정보당국과 접촉했다”며 “그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