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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전술핵 경쟁도 시작된다

기사입력 | 2019-05-29 14:04


황성준 논설위원

美 전쟁, 토마호크 발사로 시작
핵, 抑止 넘어 사용 가능 무기로
이젠 중국核도 대비해야 할 때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 북부도시 쿤두즈의 한 언덕. 외신기자들이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를 설치한 채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변은 구경나온 아프가니스탄 주민으로 가득했다. 정오가 다가오면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텐, 나인, 에이트… 하늘에 물체가 나타났다. 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은 언덕 아래 탈레반 지휘소로 사용되던 3층 건물에 명중했다. 굉음과 함께 이 건물은 산산조각 났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포스트모던 전쟁’의 한 장면이었다. 먼저 하늘에서 다음 날 공격 목표와 시간을 알리는 삐라가 살포된다. 아프가니스탄의 2개 공용어인 다리어(語)와 파슈툰어는 물론, 영어·러시아어·아랍어로도 작성돼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미사일이 날아와 공격 대상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18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23일 피터 팬타 미국 국방부 핵 문제 담당 부차관보가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전술핵무기는 갖고 있지 않다”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팬타 부차관보가 이날 언급한 해상 순항미사일이 토마호크 미사일이라는 것은 대부분 전문가의 공통된 해석이다.

1991년 걸프전 이래 미국은 토마호크 발사를 신호탄으로 전쟁을 개시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모두 그러했으며, 2011년 리비아 공습도 124발의 토마호크 발사와 함께 시작됐다. 물론 모두 재래식 탄두 토마호크였다. 과거 200㏏급 핵탄두 W80을 장착한 형태가 있었으나, 2010년 ‘핵 없는 세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그러나 2018년 2월 ‘핵태세검토보고서(NPR)’가 나오면서 다시 핵탄두 순항미사일 배치 계획이 수립됐다. 너무 위력이 커서 억지 효과는 있으나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했던 고위력 핵탄두 대신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5∼7㏏급의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핵전력은 대폭 감축됐다. 냉전 절정기의 15% 수준으로 줄었다. 현 미국의 3대 전략핵 전력은 해양기반인 트리덴트 Ⅱ(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14척의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핵추진잠수함(SSBN), 육상기반인 400기의 미니트맨 Ⅲ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중기반인 46대 B-52H와 20대 B-2A 핵폭격기로 이뤄져 있다. 전술핵은 공군의 중력 핵폭탄 B61 이외엔 운용되지 않고 있다. 전술핵은 소련군 기갑부대 저지용으로 육군이 주로 보유했는데, 1989년 141개나 되던 육군 핵무기 부대를 1992년까지 전부 해체해 버렸다. 한반도에서 전술핵이 철수한 것도 같은 시기 같은 맥락에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핵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운반수단을 다양화하는 등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하이오급 SSBN 함대를 최소 12척으로 이뤄진 콜롬비아급 SSBN 함대로 대체하려 하고 있으며, B-52H 핵폭격기에 장착한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을 장거리순항미사일(LRSO)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리고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에 B61 핵폭탄을 비롯한 소형 핵폭탄을 탑재할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전략의 초점은 핵무기를 단순 억지용이 아닌 사용 가능한 실전 무기로 만드는 것에 맞춰지고 있다. 팬타 부차관보의 발언은 바로 이러한 미국 핵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장 배치할 중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그리고 배치하려 해도 아시아엔 마땅한 장소가 없다. 한국·일본 모두 국내 정치 여론 때문에 미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를 허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국은 중국도 포함된 새로운 INF 체결에 부정적이다. 어차피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해상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 구축함이나 잠수함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함으로써 이 문제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토마호크의 사거리를 보면 동해에서 중국 전역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면서 ‘상감령(上甘嶺) 전투 정신’ 운운하고 있다. 중국에서 말하는 상감령 전투란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와 함께 2대 고지전으로 불리는 저격능선 전투다. 국군 제2사단이 미군과 함께 중국인민지원군 제15군과 맞서 처절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이제 북핵뿐만 아니라 중국 핵·미사일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말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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