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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경쟁부문 오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평점·관객 반응, 상과 별개
수상과정 알아 마음은 편해
송강호 男주연상 받았으면”

“상을 못 받는다고 영화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을 받는다고 없던 재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기생충’의 봉준호(사진) 감독은 공식 상영 후 호평이 이어지며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평점이나 관객 반응 모두 소중하지만 상은 그것과 별개”라며 “결국 최후의 날에 아홉 명의 심사위원이 결정하는 것이라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도 베를린 등 영화제에서 심사하며 마지막 유난히 인성이 안 좋고, 고집이 센 심사위원 한 명이 정해놓은 영화를 미친 듯이 반대하는 걸 봤다”며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송강호 선배님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에서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는 “봉 감독이 쑥스러워서 그러시는 것”이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봉 감독은 반지하에 사는 백수 가족의 남매가 부잣집에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이 영화에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녹여 넣었다. 그에게 “의도적으로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의 진수를 보여주려 했냐”고 묻자 “내 정신이 분열적이라서 시나리오를 써놓고도 영화를 찍으며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에게 이상한 것을 주문해놓고 연기를 보며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낯선 느낌이 좋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에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봉 감독의 전작이 연상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그는 “내 영화가 어디 가겠냐. 얼마 전에 김혜자 선생님과 행사를 하기 위해 ‘마더’를 다시 봤는데 ‘기생충’과 비슷한 상황이 나오더라”며 “(아이디어가) 점점 고갈돼 가서 일감이 끊기는 게 아닐지 걱정이다. 일흔까지는 찍어야 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봉 감독은 21일 공식 상영회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중간에 조명이 들어오며 음향이 끊긴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최우식(기택 아들 기우 역)이 부른 ‘소주 한 잔’이라는 노래가 엔딩곡으로 깔리는데 그걸 들을 수 없었다”며 “내가 처음으로 작사한 곡으로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 내게 돈이 들어온다. 많이들 불러 달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송강호는 ‘기생충’을 “봉 감독의 진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살인의 추억’에서 리얼리즘의 성취를 이뤄낸 봉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는 철학적 깊이를 더했다”며 “사회를 관통하는 정확한 시선과 작가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칸=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