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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정말 제정신인가 싶다. 경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증세(增稅) 발언이 나와서다. 지난 20일 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고 세율 25%가 적용되는 소득구간을 ‘3000억 원 초과’에서 ‘500억 원 초과’로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같다. 지난 2017년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가 경기 부양을 위해 세금을 내릴 때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렸던 정부다. 그런데 더 올리려고 하다니. 경제를 완전히 망가뜨리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한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참으로 암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말에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3%이고, 설비투자는 10.8% 감소했다. 4월 실업률은 4.4%,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이른다. 지난 1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7%나 폭락했다. 법인세를 내리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 활동을 더욱더 위축시킬 수 있는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이해 불가다.

민주당의 증세론 저변에는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의 소득과 부(富)는 마음대로 뜯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일반 서민이나 중소 자영업자의 저항을 피하면서 재정 확대를 위한 세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오해다.

지금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7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렸다. 영국 역시 28%에서 19%로 낮췄고, 내년에 추가로 17%까지 낮출 계획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도 34.0%에서 23.3%까지 낮췄으며, 내년에 20%로 인하하려고 한다. 최근 5년간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서 14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법인세를 올린다면 많은 기업이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다. 또 늘어난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세수입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소득주도성장의 기치 아래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이 일반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들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들이 떠나고 문을 닫게 되면 일자리는 더욱 줄고, 일자리를 잃어 고통받는 일반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이 보호하려는 이들 계층으로부터 강한 정치적 저항을 받게 될 건 뻔하다.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노조에 대한 과보호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해외로 나가는 자산가나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해외 이주자가 2200명에 이른다. 전년보다 2.7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상당수가 높은 상속세 때문에 떠나간 자산가들이다. 그리고 지난해 해외로 빠져나간 중소기업이 2870개나 된다.

사람과 기업이 떠나는 국가의 장래는 어둡다. 떠나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새로운 기업들이 몰려드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감세(減稅)하고 규제를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며 국력이 커진다. 증세해서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