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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보다 지휘봉 체질… 배려·소통이 만드는 ‘원팀’

정세영 기자 | 2019-05-16 14:39

‘무명유실’ SK·키움·NC 감독

염경엽, 51타석 연속 무안타
장정석, 통산타율 0.215 불과
이동욱, 1군 경력 143경기뿐

현역땐 음지… 지도자로 양지
카리스마 대신 그림자리더십
선수 개성존중으로 상승 견인
조직력 살리며 팀 전력 극대화


2019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는 5강 5약이 극명하게 나뉜다. 상위권 5개 팀은 승률 5할 이상이고, 하위 5개 팀은 5할을 밑돈다. 그리고 5강 중 SK는 염경엽(51), 키움은 장정석(46), NC는 이동욱(45)이란 현역 시절 철저한 무명들이 지휘한다.

염경엽 감독은 1991년 태평양에 입단, 10시즌을 보냈다. 현역 통산 타율은 0.195. 특히 태평양 소속이던 1995년 9월 5일 쌍방울전부터 1997년 8월 23일 해태와의 더블헤더 2차전까지 45타수 연속 무안타였다. 또 51타석 연속 무안타란 불명예도 지니고 있다. 모두 역대 최다. 염 감독은 은퇴 후 2008년부터 LG 스카우트, 그리고 운영팀장을 거쳐 2011년 수비코치를 맡았다. 2012년 넥센(현 키움)의 주루·작전 코치, 2013년 넥센의 감독을 맡았다. 넥센에서 염 감독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리고 넥센을 떠나 2017년부터 2년간 SK 단장을 지냈고, 올해 감독으로 복귀했다. SK는 30승 1무 13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1996년 현대에 입단해 2004년 KIA에서 은퇴했다. 통산 타율은 0.215. 2003년에는 너클볼을 앞세우며 투수 전향을 시도했지만, 1군 등판 없이 현역 생활을 마쳤다. 은퇴한 뒤 현대와 넥센의 프런트를 거쳐 2016년 10월 염 감독 후임으로 넥센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최초의 프로 사령탑이지만, 지난해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플레이오프에서 SK를 5차전까지 물고 늘어지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키움은 25승 20패로 5위다. 선발진이 탄탄하고, 공수 짜임새가 뛰어나 순위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인다.

올해 NC 사령탑을 맡은 이동욱 감독도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롯데 소속이었지만 1군 출장은 143경기에 그쳤다. 통산 타율은 0.221. 200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롯데 코치를 맡았고 2007년 LG, 2012년 NC로 옮겼으며 올 시즌 1군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꼴찌였던 NC는 24승 19패로 15일까지 공동 3위다.

염경엽, 장정석, 이동욱 감독이 무명, 백업이란 그늘에서 벗어나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배려, 그리고 원팀. 현역 시절 뒷전이었기에 무명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주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지 않고, 선수단 전원에게 골고루 마음을 연다. 염 감독은 “선수단 30여 명이 스타일을 바꾸기보단 감독 1명이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감독은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직책”이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아닌 팀 종목”이라면서 “스타 중심으로 운영하면 조직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염경엽, 장정석, 이동욱 감독은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시스템이 잘 갖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장점을 최대화한다. 단점을 지적하기보단 최소화하면서 선수 스스로 깨닫고 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장 감독은 “‘구단은 선수를 위하고, 선수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구단 철학을 구현하고 싶다”며 “새로운 시도 앞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 중심 야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코치 시절 아버지의 마음으로 다가갔고, 감독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라며 “선수들의 고충이 해결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다 보니 자연스럽고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에서 스타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현역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에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 이른바 성공의 덫이다. 하지만 염경엽, 장정석, 이동욱 감독은 정반대다.

SK, 키움, NC의 더그아웃에선 호통이 사라지고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못했다고 꾸중 들으면 선수의 사기는 꺾일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찬밥’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경기력이 떨어지더라도 자극하지 않고, 오히려 선수의 기를 살려준다. 나보다 선수를 우선으로 둔다. 염경엽, 장정석, 이동욱 감독은 ‘그림자 리더십’이란 범주를 공유한다.

대전=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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