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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집중하며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다 보면 오싹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는다. ‘소리 추격 스릴러’를 표방한 덴마크 영화 ‘더 길티’(사진)는 독특한 형식으로 관객의 심장을 조여온다.

스웨덴 출신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88분의 러닝타임 내내 상황실에서 전화를 받는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의 얼굴에 집중한다. 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아스게르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울먹이는 여자의 목소리부터 차창에 흐르는 빗물을 닦아내는 와이퍼 작동음, 울먹이는 어린아이의 음성, 화가 난 듯 소리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달리는 자동차 굉음 등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충격적인 사건 현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재판 중인 사건으로 현장 근무를 못 하고 임시로 긴급신고센터에서 근무 중인 아스게르는 퇴근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여자는 자신의 아이에게 말하듯 아스게르에게 신호를 던진다. 여자가 납치됐다고 직감한 아스게르는 컴퓨터 모니터로 여자의 위치를 파악하며 해당 지역 교환을 연결해 여자를 구하려 한다. 여자의 어린 딸과 통화한 아스게르는 여자가 자신의 집에서 이혼한 전남편과 심하게 다툰 후 그의 차로 납치됐다고 판단한다. 감정이 격해진 아스게르는 아이에게 보낸 경찰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내고, 절차를 무시한 채 자신의 동료에게 부탁해 납치범의 집을 조사한다.

통화 내용에 집중하며 납치범과 그의 전 부인, 딸 등의 긴박한 표정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스게르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몰러 감독은 1999년 미국 볼티모어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팟캐스트에서 당시 여고생이 납치범 옆에서 암호로 응급센터 교환원과 나눈 20여 분간의 실제 통화를 듣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덴마크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은 자신의 감정 변화와 처한 상황 등을 섬세한 표정 연기와 목소리에 실어 관객을 이끈다. 그의 열연으로 이 영화는 제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접한 전 세계 주요 언론은 ‘한 공간에서 전 우주를 창조해내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눈으로 듣는 영화’ 등 극찬을 쏟아냈다.

할리우드 배우 제이크 질런홀은 자신이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영화의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