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하는 가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스페이스 휴’

몇 해 전 일이었다. 서울에 있다가 양평에서 살고 싶어 주택 설계를 의뢰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이 목공에 관심이 있어 새로 집을 마련하면서 작더라도 목공 작업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과 가족들을 위한 다른 공간들이 우선되면서 목공을 위한 공간은 결국 마련하지 못했다.

이 건축주뿐만 아니라 요즘 목공에 취미를 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집을 고치는 일은 전문적인 분야라 쉽지 않지만 소규모 가구를 만드는 것은 조금만 요령을 배우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가구를 만드는 일도 전문적인 도구가 없으면 쉽지 않다. 도시재생을 시행하는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생활용품 제작에서 집수리까지 가능한 목공소에 대한 욕구가 많다.

송파구 방이동 주택가에 위치한 ‘스페이스 휴’는 전문적인 도구를 갖추고 사람들이 원하는 가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목공방이다. 공방 벽에는 가구의 재료가 되는 원목들과 작업 공구들이 걸려 있고 다른 벽의 선반은 나무 표면에 바르는 니스를 포함한 다양한 도료로 채워져 있다. 하나하나 작은 소품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공간의 아우라가 더할 나위 없이 창조적이다. 마침 작업을 하고 있는 여성분이 있어서 무엇을 만드는지 물어보니 얼마 전에 이곳에서 식탁을 만들었는데 가족들의 반응이 좋아 식탁에 어울리는 의자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목공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3개월의 기초과정을 마치면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하고 짜 맞추는 과정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스페이스 휴’는 목공 작업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스페이스 휴’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서울시의 ‘마을예술창작소’ 지원을 받아 동네주민들을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목공방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들어진 공동체 의식이 동네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스페이스 휴’와 인근의 동네 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골목축제를 열었다. 동네 골목길 20m에서 축제를 연다 해 ‘20미터 페스티벌’이라고 명명한 이 골목축제에는 동네 예술가들과 동네 주민들이 주인이 돼 놀거리와 먹거리, 공연을 준비했고 3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동네 사람들은 이 행사를 통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무를 다듬어 가구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한 공동체 의식이 동네 사람들을 움직여 송파구 작은 골목길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직은 힘이 미약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그 변화의 끝을 기대하는 것이 성급한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목공작업실을 마련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건축주에게 전화가 왔다. 작은 컨테이너를 마련해 작업실로 쓰고 있다고 전하는 밝은 목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글·사진 =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