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자들이 1년에 한 번 총출동하는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총체적 실패’란 평가가 나왔다. 문 정부 출범 후 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 주요 거시지표를 2013년 3분기∼2017년 2분기와 대비한 실증(實證)분석 결과다. 소득주도 성장은 임금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면, 투자가 늘면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핵심 수단이 최저임금 고율 인상인데, 실제로는 상반된 결과로 흘렀다.

14일 열린 2019년 경제학대회에서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 정부 들어 국내총생산(GDP)·투자·고용 성장률은 각각 0.13·5.14·2.07%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문 정부가 방어 카드로 쓰는 ‘민간소비 증가’도 수입 소비재를 빼면 내수 증진 효과는 없었다. 소득주도 성장의 얼개가 무너진 것이다. 임시직·일용직 고용이 악화하면서 소득 분배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최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 정치인들에겐 ‘달콤한 사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 1년 만에 둘 다 실패한 것으로 결론 났다. 1년 전 같은 행사에서도 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서 나라 안 분배에 치중하느라 자본 축적과 창출을 등한시하면 중장기 성장에 치명적이란 지적이 공감을 얻었다. 현 정부와 가까운 진보 경제학자의 ‘마차를 말 앞에 둘 수 없다’는 비판은 특히 신랄했다.

당시의 경고가 1년 만에 실증연구로 입증된 것이다. 성장을 일구고 키울 ‘동력’이 빠진 소득주도 이론은 애초에 현실과 괴리된 이상론이었다. 거시경제 석학인 로버트 배로 미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적으로 정말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나라 안팎의 전문가 고언에도 문 정부는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투로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한국이 얼치기 성장론에 발목이 잡힌 사이 미국·일본 등 경쟁국들은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으로 앞서가고 있다. 이날 경제학대회에선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면 잠재성장률마저 떨어뜨릴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 허상에 매달려 경제를 망친 뒤엔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