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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정부의 ‘오답(誤答)’ 정책이 국정 불신과 정책 난맥상을 자초하고 있다. 미세먼지 감소 대책 등 정답이 뻔한 현안에 대해 정부가 이해하기 힘든 사오정식 해법을 내놓고 있어 정부의 신뢰가 떨어져 위신과 영이 안 선다는 말이 많다. 여기에 국정 과제를 둘러싼 부처 간 엇박자까지 심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선 중앙정부의 말발이 안 통한 지 오래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미세먼지에 대처하라”고 지시하자, 정부는 사흘 후인 25일 부랴부랴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채 실패로 끝났다. 로또 당첨보다 성공하기 어렵고, 시간당 5∼10㎜ 이상의 많은 비가 와야 효과가 있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소용이 없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재촉하니 현대판 기우제를 답으로 내놓은 것이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석유·석탄 사용을 줄이는 것이 정답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재난 수준으로 대처하라면서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은 줄이고, 화석 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 비중을 늘리는 것은 난센스다.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정부의 SOC 사업을 적폐로 몰아세운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22조 원)보다 많은 24조 원이 투입되는 사업들을 사전 타당성 검증이나 평가 없이 허용했다. 오죽하면 4대강 사업을 재조사 중인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4대강 조사·평가단 민간위원장마저 “4대강 사업을 비판했던 현 정부에서 예타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한다니 망연자실하다”고 비판했겠는가. 남의 눈에 낀 티끌은 나무라며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현 정부의 ‘내로남불’ 극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이 빗나가는데도 정부는 땜질식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 규제 완화 차원에서 추진한다며 공개적으로 자랑했던 정책이 부처 간 엇박자로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됐고, 그날그날 달라지는 문 대통령의 기업 메시지를 보면서 차라리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기업을 도와주는 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중앙정부의 영이 서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어르신들은 사는 동(洞) 위치에 따라 오는 25일 구청에서 받는 수당이 10만 원 차이가 난다. 중구에 속한 102·103·104동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기초 연금 및 기초 생활 수급자 어르신들은 기초 연금 10만 원 외에 구청에서 별도로 주는 ‘어르신 공로수당’ 10만 원을 더 받는다. 반면 형편은 비슷하지만, 성동구에 속한 101동에 사는 같은 조건의 어르신들은 이를 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와 협의 절차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서울 중구가 이달부터 공로수당 지급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정도(正道)를 가지 않으면 길을 벗어나게 돼 있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잇따른 헛발질로 인한 정책 불신은 공직 기강과 정책 헤게모니를 흔들 정도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집권 중반에 접어든 정부가 무신불립(無信不立) 경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y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