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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사드…중국의 오만

기사입력 | 2019-02-12 12:07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겨울에 더 악화한 미세먼지
중국은 한국 책임만 계속 주장
사드 놓고도 한국 책임만 강조

초계기 사건 놓고 일본도 흡사
정부 대응 문제점도 돌아볼 때
“자신 위해 남 권리 침해 말라”


삼한사온(三寒四溫).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집약한 표현으로, 한국인이면 누구나 체험으로 느끼거나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던 과학상식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삼한사온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삼한사미’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추위가 주춤하는 나흘 동안은 한반도 전역이 미세먼지에 뒤덮이는 데서 만들어진 유행어다.

숭례문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광화문 뒤편의 북악과 인왕산의 실루엣은 확인 불가능한 날이 부쩍 많아졌다. 미세먼지로 잃은 건 서울을 병풍처럼 둘러싼 명산들의 멋진 풍경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인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이 커지고, 국가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경제적 손실이 연간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는 연구도 나왔다.

국제적 연구 결과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대기오염으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 손실률은 2060년 0.63%에 이르러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2016년 보고서는 한국이 대기오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10년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조기 사망자가 359명이지만, 2060년에는 1109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사활적 과제가 된 것이다. 그 오염물질의 상당 부분이 우리 내부의 활동과는 무관한 외부적 요인임은 여러 연구 결과로 확인된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기 질 모델 기법을 이용해 국내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외부의 영향은 전국 평균 75%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국 환경부는 중국의 대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대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나빠진 것에 비춰,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 했다. 또, 1월에는 중국 환경부 대기국장이 “남이 자기에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란 비난성 발언까지 했다. 1월에 열린 제23차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에서도 중국 측은 2013년 이래 중국 주요 지역의 대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다는 성과를 과시하는 것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한국의 미세먼지 피해는 한국 측 원인에 따른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경을 넘는 국제적 오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동북아 3국 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1979년에는 유럽 국가 간 장거리 대기오염방지협약이 체결돼 대기오염의 점진적 저감과 방지를 통해 인간 환경을 보호할 것에 합의했다. 현재 51개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할 만큼 유럽에서는 인접국 간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잘 이해하고,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일 3국 간에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유럽에 비해 덜하지 않은데, 협력을 위한 기본적 틀은커녕, 오염 원인에 대한 합의도 못 본 상태다. 더 나아가 오염원의 주요 원인국인 중국이 이를 부인하며 책임을 부정하거나, 한국에 미루려는 태도까지 보이는 것은 인접국 간 우호적 자세로 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기오염·미세먼지와 관련한 중국 관리의 언사는 중국민에게 한국과 한국민이 트집 잡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어떤 국가의 국민 전체가 오도된 정보에 매몰돼 발생한 적대적 반감은 국가 간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특히 유의해야 한다.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드(THAAD) 구축과 관련한 사안에서 일반 중국인은 ‘방어체계’라는 한국 주장을 외면하고, 중국에 대한 위협이라는 중국 정부의 발표만을 받아들였다. 이는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해 나타낸 적대적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일본 초계기 저공비행 사건에서 일본 정부가 보이는 태도의 이면에도 그 같은 목적적 함의가 있을 수 있음은 국민 대부분이 짐작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의 언사와 태도에 대해서는 이를 짚어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정확한 사실 조사와 분석을 통해 중국인의 인식을 바로잡는 것은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전제가 된다. 자신을 위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Sic utere tuo ut alienum non laedas)는 라틴어 법언(法諺)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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